[쓴소리] 제자식 감싸기 지나친 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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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우리 동네에는 많은 인천시민의 사랑을 받는 문학산이 있다. 우리 가족들도 틈나는 대로 산에 올라 휴식을 즐기곤 한다. 그런데 얼마 전 산에 올랐다가 안타까운 광경을 목격했다.

산 입구에는 아이들 군것질 거리를 파는 노점이 여러 곳 있는데 그날 어떤 아이가 엄마에게 아이스크림을 사달라고 조르고 있었다.

하도 떼를 써서 이 엄마가 한 개 사줬는데 그 아이는 한 입 먹더니 맛이 없다며 길바닥에 아이스크림을 휙 던져버리는 것이었다.

마침 바로 옆 나무그늘에서 쉬고 있던 할아버지가 이 광경을 보고 "음식을 그렇게 길바닥에 버리면 벌받는다" 고 타이르자 아이가 금세 울음을 터뜨렸다.

급작스런 울음에 할아버지도 무안했는지 아이에게 다가가 달래려는데 아이 엄마는 다짜고짜 "할아버지가 아이스크림을 사준 것도 아닌데. 왜 아이 기를 죽이세요? 가만 있으면 될텐데 왜 그러세요?" 하며 언성을 높였다.

어느새 아이 아빠도 다가와 할아버지에게 따지기 시작했다. 시끄러워지자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상황을 전해듣곤 모두 부모의 자식 감싸기가 지나치다며 한마디씩 했다. 어느새 우리 주위에서 호랑이 할아버지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게 됐다는 사실에 가슴 아팠다.

정귀성.인천시 남구 학익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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