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관 친척' 거액대출 외압여부 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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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한빛은행의 4백60억원대 불법 대출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지검 조사부(부장검사 郭茂根)는 대출과정이 석연치 않다고 보고 대출을 받은 A사 대표 朴모씨 등 2명을 25일 소환해 대출과정에 정.관계 고위 인사가 개입했는지를 밤샘 조사했다.

검찰은 특히 불법 대출을 해준 혐의로 구속된 전 관악지점장 신창섭(48)씨에게 朴씨가 '모 장관의 친척' 으로 자신을 소개했다는 진술을 확보해 대출 외압이나 청탁 가능성을 캐고 있다.

검찰은 또 불법 대출을 받은 朴씨와 R사 대표 李모씨, S사 대표 閔모씨 등 3명이 지난 2월부터 이달 초까지 단기간에 걸쳐 모두 4백66억여원의 거액을 대출받았으며 이들간에 회사 운영자금을 상호 융통하기도 했다는 정보를 입수, 대출금의 사용처도 수사하고 있다.

검찰은 이를 위해 이들 회사로부터 대출 관련 장부를 임의제출받아 분석에 들어갔다.

검찰은 동시에 불법 대출의 대가로 커미션이 오갔는지도 수사하고 있으나 朴씨 등 당사자들은 이를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朴씨는 검찰 조사에서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장관과는 같은 고향 출신으로 따지면 먼 친척뻘이며 부친이 朴장관을 평소 알고 지냈다" 면서 "지점장 신씨와 함께 골프를 치면서 이를 얘기했으나 대출 외압은 없었다" 고 주장했다.

신씨는 "정.관계 인사나 은행 간부들로부터 대출 압력은 없었다" 며 "朴씨 등의 회사에 이미 빌려줬던 대출금을 변제받기 위해서 추가 대출이 불가피했다" 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그러나 지점장이 본점의 승인없이 직권으로 대출해 줄 수 있는 한도가 1억~5억원임에도 불구하고 A사에 26억9천여만원을 대출하는 등 A사의 거래업체 4개사를 통해 朴씨에게 1백49억원을 대출한 점을 중시해 외압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대출과정에서 커미션이나 공모 혐의가 발견되면 朴씨 등 3명을 사법처리키로 했다. 검찰은 이에 앞서 업무상 배임 혐의로 신씨와 같은 지점의 대리 김영민(36)씨를 구속했다.

신씨 등은 지난 2월부터 이달 초까지 A사 등이 거래업체의 명의를 도용해 만든 내국신용장 어음을 매입해 주는 방법으로 A사에 1백49억원, R사에 67억원, S사에 2백50억원 등을 불법 대출해 준 혐의다.

유진룡(劉震龍)문화관광부 공보관은 "朴장관이 '그 사람이 전남 진도 출신인 데다 朴씨인 것도 나와 같지만 친인척은 아니다.

진도에 밀양 朴씨 집성촌이 있기 때문에 굳이 촌수를 따지자면 몇십촌쯤 될 수는 있겠지만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 이라고 말했다" 고 전했다.

또 "朴장관이 최근 몇년 사이 그 사람이 내 친인척을 사칭하고 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 이름은 기억하고 있다" 고 朴장관이 말했다고 劉공보관은 전했다.

채병건.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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