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스트' 21시간 마라톤공연 각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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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독일의 대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1749~1832)의 필생의 역작 '파우스트' . 전세계에서 연극과 교향곡.오페라.오라토리오.영화 등 여러 장르로 소화돼 우리에게 익숙한 작품이다.

이 작품이 최첨단 정보기술 산업의 전시장인 2000년 하노버 엑스포의 최대 공연물로 각광받고 있다.'파우스트' 1.2부 전막을 21시간에 걸쳐 공연하는 것. 지난 7월 22일 첫 공연을 시작으로 엑스포 기간 중 총 일곱차례 무대에 오른다.

특히 괴테 탄생 2백51주년인 오는 28일의 공연이 하이라이트. 상대적으로 짧은 1부를 27일 오후 시작해 28일 오후에 2부가 막을 내린다.

일반인이 감상하기에는 힘든 마라톤 공연인데도 표는 이미 몇달 전에 매진됐다.거의 꼬박 하루가 걸리는 공연이어서 단순한 호기심으로 객석에 앉았다가 중도포기한 사람도 적지 않다.물론 중간에 휴식과 식사시간이 수차례 주어진다.

말이 쉬워 전막공연이지 총 1만2천1백11행의 운문극인 파우스트를 한행도 줄이지 않고 무대에 올리는 것 자체가 실험적인 기획으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지금까지 스위스의 작은 시골마을에서 아마추어극단이 파우스트 1.2부를 연속공연한 적은 있지만 유명 연출자와 배우들이 동원되는 대규모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공연이 구체화한 것은 괴테 탄생 2백50주년이던 지난해. 연극인과 하노버 엑스포 관계자들이 괴테의 작품을 고르는 과정에서 그가 60년에 걸쳐 완성한 이 작품이 최종 결정됐다.

이후 독일 유명 연출가 페터 슈타인과 80여명의 출연진 및 스태프.합창단.무용단.조명 등이 대규모로 동원돼 화제를 낳았다.공연에 든 비용만도 3천만마르크(약 1백80억원)에 달한다.

연출가 페터 슈타인은 처음부터 원전(原典)에 충실한 쪽으로 연출방향을 잡았다.필요 이상의 해석을 배제하고, 단순히 대본이 갖고 있는 극적 효과를 관객에게 전달해 작품 전체를 부각시킨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런 의도가 객석에 충분히 전달되지는 않았다. 2부에 파우스트역을 맡은 배우가 연습 도중 다쳐 1부 출연 배우를 감정조절이 어려운 2부에까지 투입해 극의 완성도를 떨어뜨렸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이번 공연은 에베레스트 등정이나 보트 대서양횡단에 견줄만한 이벤트로, 시도하는 것 자체에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피겨스케이팅 대회에서 선수에게 예술점수를 매기듯 이 작품을 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 이라고 평했다.

세기를 넘어 전세계 문학애호가들을 감동시킨 이 작품을 원형 그대로 무대에 올린 것만으로도 문화대국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는 찬사가 담겨 있다.

파우스트 전막공연은 엑스포 공연후 연말에 베를린과 빈으로 자리를 옮겨 관객들을 만난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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