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들 '여의도 회군' 조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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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개인투자자들이 침체장세에 지친 나머지 증시를 떠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고객예탁금.거래대금 등 대부분의 증시지표가 지난해 증시 활황 이후 최저수준으로 줄어들었고, 주식에서 빠져나간 개인자금은 부동화(浮動化)하고 있다.

지난해 활황에 힘입어 지난 3월 10일 12조4천6백억원까지 치솟았던 고객예탁금은 지난 18일 8조9천9백99억원으로 감소했다.

5개월 동안 무려 3조4천억원 가량이 증시를 떠난 것이다.

이 자금은 고스란히 투신권의 수시 입출금식 단기수익증권(MMF)을 비롯해 은행권의 1년 미만 예금 등으로 흘러가 시중의 단기 부동자금은 올들어 무려 44조원이 증가했다.

부실기업의 자금경색 등 시장 불안요인들이 투자자들을 증시에서 내몰고 있는 셈이다.

주식투자 규모를 줄이거나 중단한 개인들이 늘면서 거래대금도 연초의 절반 수준인 4조원 규모로 줄어들었다.

특히 개인들의 매매비중이 90%를 넘는 코스닥의 경우는 거래대금이 연초의 절반 이하 수준인 2조원에도 못미치는 날이 속출하고 있다.

무엇보다 벤처기업 거품론이 현실로 드러나면서 투자자들이 발을 빼고 있는 것이다.

올 상반기 1천2백억원의 순익을 낸 국민카드의 주가가 3만원(액면가 5천원)이하에 그치고 있지만 닷컴기업들의 주가는 액면가를 5천원으로 환산할 때 보통 수십만원이나 된다는 사실이 투자심리를 냉각시키고 있다.

거래소의 경우 개인들은 이달 중 5천2백억원을 포함해 올들어 3조9천6백억원을 순매도했다.

S증권에서 사무실을 얻어 20억원을 굴리는 K씨(48)는 "현재 90% 이상을 현금화해 놨다" 며 "활황장세는 2년에 한번꼴로 오게 마련이므로 지금은 쉬어야 할 때" 라고 말했다.

이처럼 장세반등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심리가 형성되면서 활동계좌수도 지난 5월을 고비로 감소추세다.

사이버 트레이더들조차 시장이탈 현상을 보이고 있다.

객장을 통한 매매가 감소하면서 지난달 전체 주식약정 중 사이버 거래비중은 61%로 늘어났지만 사이버 거래대금은 지난 6월보다 22.6%나 줄어든 것이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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