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북핵, 미 대선의 최대 이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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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미국 대통령 선거 1차 TV토론의 핵심 쟁점은 이라크 문제와 북한 핵, 이란 핵문제 등이었다. 무엇보다 우리의 관심을 끈 것은 존 케리 민주당 후보가 토론 후반부에 향후 북핵 처리에 영향을 미칠 중대한 언급을 한 점이다.

케리는 "부시 행정부가 대북 대화를 전혀 하지 않음으로 인해 북한이 4~7개의 핵무기를 보유했다", "집권하면 즉각 양자회담을 열어 휴전협정과 경제, 인권, 비무장지대 문제, 핵문제 등을 모두 논의하겠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일관되게 요구해온 북핵 해결을 위한 북.미 간 직접대화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표현한 것이다.

물론 케리는 "북한과의 외교가 실패하면 선제공격 방안도 배제하지 않는다"라고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어 북한이 생각하듯 케리가 집권한다 해서 북핵문제가 북한이 원하는 방향으로 해결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

오히려 케리가 북한 핵문제가 미국의 최대 안보이슈라고 분명히 공언했다는 점에서 대화가 실패하면 케리는 군사적 강경책을 사용할 가능성이 더 크다. 과거 빌 클린턴 행정부 때 미국이 직접 대화를 통한 해결을 추구하면서도 군사작전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채 '공격계획 5027'을 입안한 것과 유사하다.

이 때문에 북한이 케리의 메시지를 잘못 읽고 무작정 시간끌기식 해법을 노린다면 상황을 오히려 더 파국으로 몰아갈 수도 있다. 북한은 북핵 문제가 이번 미 대선토론의 핵심적 쟁점이 됨으로써 이 문제의 해결이 이제 점점 막바지로 몰려가고 있음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우리 정부에 주는 시사점 역시 적지 않다. 노무현 대통령은 북핵문제가 당장 해결해야 할 시급한 일이 아닌 것 처럼 말했지만, 우리에게 역시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 우리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북핵 문제가 북.미 간, 혹은 미국 단독으로 진행될 소지가 충분히 있다. 그저 평화적 해결을 되뇌며 6자 회담 성사에만 매달릴 상황이 아닌 것이다. 그만큼 긴장감을 갖고 북핵을 놓고 돌아가는 판국을 정확히 읽어야 한다. 미국과의 동맹외교가 더욱 절실해지는 시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