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 부천시향 '말러 교향곡' 시리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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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부천시향은 지난해 시작한 말러 교향곡 전곡 연주 시리즈로 오케스트라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데 성공했다.

예술의전당이 1년 후의 공연 일정도 확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4년에 걸친 장기 프로젝트를 자신있게 내놓음으로써 부천시향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말러 시리즈는 한국 교향악 역사의 획을 긋는 '사건' 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전곡 연주회라면 음악회 시리즈가 1~2년 내에 끝나야 한다. 4~5개월씩 연습해 겨우 1곡을 무대에 올린다면 가령 마라톤 코스를 5천m로 나눠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에 달리는 것이나 다름 없다.

문제는 충분한 휴식이 집중력 저하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임헌정 지휘의 부천시향이 말러의 교향곡 10개를 매년 2~3개씩 띄엄띄엄 나눠 연주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을 때 우려했던 것이 지난 16일 시리즈 세번째 공연인 교향곡 제4번에서 현실로 나타났다.

2년 후에나 끝나는 '말러 대장정' 의 초반부터 단원들이 지쳐 있는 느낌이었다.초반에 보여준 열정이나 자신감은 찾아보기 힘들었다.전곡 연주는 그래서 어려운 법이다.

교향곡 제4번은 독주 악기들의 활약으로 실내악 같은 섬세한 앙상블 능력을 요구하는 작품이다.

1악장에서는 단편적 선율들이 보석처럼 빛나는 순간처럼 다가오기도 했지만 화려하지도 애절하지도 않은 연결 고리 부분에서는 구심점도 방향감도 없이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이 부분에서는 지휘자의 위기관리 능력도 제대로 발휘되지 않았다.

가장 널리 알려진 느린 3악장에서는 지친 영혼을 어루만지고도 남음이 있는 풍만한 사운드나 유유히 흐르다가도 폭포수처럼 솟구치는 선율의 몸부림이 거친 음색 때문에 퇴색한 느낌이었다.

이 악장 마지막 부분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터져 나오는 모든 악기들의 '합창' 은 마치 조율이 안된 오르간처럼 불안했고 귀에 거슬렸다.

4악장에서 독창자로 나선 소프라노 에디트 마티스는 64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정도로 안정된 호흡과 탄력 있는 음색을 보여주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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