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이산상봉] 8.15상봉이 남긴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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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서울과 평양에서 2백편의 감동 드라마를 쏟아낸 3박4일은 상봉 정례화를 향한 희망과 설렘을 갖게 해준 첫 발자취로 남게 됐다.

북한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변해가는 북한측의 이산가족관(觀)을 확인한 점을 8.15 상봉의 가장 큰 수확으로 꼽고 있다.

이종석(李鍾奭)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남북 체제경쟁과 힘겨루기의 연장선 상에서 펼쳐진 1985년 상봉에 비해 이번 만남은 비교적 '이산가족 상봉' 이라는 인도적 목표에 충실한 성공작이었다" 고 평가했다.

85년에는 전체 방문단의 70~80%밖에는 상봉을 못했다. 당시엔 체제 발언 등으로 곳곳에서 신경전이 펼쳐졌었다. 이번에는 앰뷸런스.핸드폰 상봉 등 만남 자체를 위한 양측의 노력이 감지됐다.

李위원은 "북한 사회의 유연성 증가와 체제 부담 완화 등이 이번 상봉장면 곳곳에서 감지됐다" 며 "탄력적인 북측의 자세전환이 정례화에의 기대를 갖게 했다" 고 분석했다.

체제와 이념을 초월한 혈육의 정이 남북관계 분위기 전반에 미칠 영향력도 주목할 만하다. 통일연구원 전현준(全賢俊)선임연구위원은 "이산가족.예술단교류.단일팀 등 비정치 분야의 화해 증진이 군사긴장 완화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 이라고 예고했다.

8.15상봉은 현 남북관계에서 최고책임자의 결단과 '위로부터의 화해' 가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도 새삼 확인시켜 주었다.

한 행사관계자는 "상봉 직전 전해진 북한 김정일 위원장의 전향적인 이산가족관이 북측 자세에 영향을 미쳤을 것" 이라고 했다.

더욱이 남북 정상이 서명한 6.15 공동선언이라는 큰 틀의 프로그램을 실천하는 차원에서 상봉이 진행됨으로써 '1회성 상봉 탈피' 의 전망을 한층 밝게 해주고 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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