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문의 새 길] 이진우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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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이진우는 사유(思惟)의 폭이 넓은 철학자로 꼽힌다.

헤겔과 니체, 하버마스 등 현대 독일철학의 계보를 섭렵하는 한편 사회철학.정치철학, 심지어 동양철학에까지 관심을 보인다.이같은 관심의 폭은 그가 "유행에 민감하다" "비학자적이다" 는 식의 비판을 받는 빌미가 되기도 한다.

한마디로 쇼맨십에 능하다는 지적. 당연히 그 성찰의 깊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그러나 이씨의 반격은 단호하다.

미셸 푸코의 표현대로 " '그물망' 속에 얽혀있는 현대사회를 읽어내려면 다양한 관심이 절대적이다" 고 맞선다. 더불어 "칸트를 전공했으면 평생 칸트나 파고들어야 학자로 대우를 받는 경직성이야말로 학계의 오랜 폐단" 이라고 응수한다.

학자로서의 '유연성' 은 그의 학문의 여정에서 자연스레 형성됐다.이씨는 1956년 경기도 화성에서 태어났다.74년 연세대 독문과에 입학, 문학도로서의 꿈을 키웠다.

그러나 81년 독일로 유학을 가 아우크스부르크대에서 독문학을 주전공으로, 철학과 사회학을 부전공으로 공부하던 중 문학자로서의 삶에 회의를 느껴 철학으로 주전공을 바꿨다.

85년 논문 '마키아벨리 정치 사상에 나타난 권력과 이성' 으로 석사학위를, 88년 논문 '허무주의의 정치철학 : 정치학과 형이상학의 관계에 관한 니체의 재규정' 으로 독일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89년부터 계명대 철학과 교수로 있다.

'탈이데올로기 시대의 정치철학' '도덕의 담론' '이성은 죽었는가' '한국 인문학의 서양 콤플렉스' '이성정치와 문화민주주의' ' '지상으로 내려온 철학' ' 등의 책을 펴냈고, 역서로는 '책임의 원칙' (한나 요나스), '현대성의 철학적 담론' (위르겐 하버마스), '인간의 조건' (한나 아렌트)' '덕의 상실' (알레스데어 매킨타이어)' 등이 있다.

정재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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