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등급 채권 발행한 기업들 '자금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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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프라이머리 CBO(발행시장 채권담보부증권)에 들어가는 투기등급(BB급)채권 비중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올 연말까지 4조7천억원대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 투기등급 채권 발행 기업들의 자금 압박이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1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LG증권이 지난 2일 발행했던 1조5천5백억원 규모의 프라이머리 CBO의 투기등급 채권 비중은 44%였으나, 대우증권의 11일 발행분(4천3백50억원)에서는 20%로 낮아졌다.

현대증권이 이달말 발행할 5천억원 규모의 프라이머리 CBO에서도 투기등급 채권이 20%를 밑돌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전체 5조원 규모로 조성되는 프라이머리 CBO에서 소화할 수 있는 투기등급 채권은 기껏해야 1조3천억원대에 머물 전망이다.

그러나 현대건설.고려산업개발 등 현대 계열사들의 신용등급 하락으로 연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투기등급 채권 규모는 4조7천6백74억원(6조원 규모의 워크아웃 기업 채권 제외)에 이른다.

이는 프라이머리 CBO 발행을 통해 소화할 수 있는 투기등급 채권의 3.7배에 달해 해당 기업들의 자금난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투기등급 채권 발행기업들은 주식시장 침체로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조달이 힘든데다 은행 대출도 어려워 프라이머리 CBO 편입이 유일한 희망이었으나, 이마저 비중이 낮아져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투신운용 박성원 채권전략팀장은 "프라이머리 CBO는 회사채 발행이 안되는 기업의 채권을 주로 편입해 기업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했는데 투기등급 채권 비중 축소로 제도 도입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며 "채권시장이 양극화돼 투자적격등급인 BBB급 채권도 거래되지 않고 있는 만큼 보증기금에 공적 자금을 투입해 프라이머리 CBO의 보증 한도를 확대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그러나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프라이머리 CBO에 편입되지 못할 정도의 기업이라면 빨리 퇴출하는 것이 시장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 이라며 공적 자금 투입에 반대 입장을 보였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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