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거진 정몽구회장 퇴진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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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몽구(鄭夢九)현대.기아차 회장의 퇴진문제가 현대사태의 새로운 쟁점으로 등장했다.

지난 9일 김경림(金璟林)외환은행장이 자신의 퇴진문제를 거론했다는 소식을 들은 鄭회장은 金행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저녁 8시쯤 긴급 사장단 회의를 여는 등 부산을 떨었던 현대차는 10일 이 문제를 애써 거론하지 않으려 들었다.

외환은행은 하루가 지나면서 이를 번복하지도, 다시 언급하지도 않았다. 현대사태의 본질이 鄭회장 퇴진문제로 변질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듯한 분위기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金행장의 9일 발언은 현대의 5월 말 약속이 지켜져야 한다는 원칙적인 얘기" 라며 "지금 중요한 것은 자구계획을 만들어 내는 것" 이라고 말했다. 鄭회장과의 통화건에 대해선 '金행장과 鄭회장이 통화하지 않았다' 고 말했다.

그러나 현대차는 鄭회장이 金행장과의 통화에서 "3부자 퇴진은 문제만 복잡하게 만들 뿐 자동차 계열분리와 건설의 자구계획 제출 등 현대사태의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안된다. 그룹의 5월 말 발표는(나와)합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 이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鄭회장은 현대.기아차가 상반기 사상 최대의 흑자를 내는 등 자신이 경영도 잘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는 것.

문제는 8일 외환은행이 현대그룹에 보낸 공문에서 불거졌다. 외환은행은 지배구조 개선부분의 세번째 항에 '부실경영에 책임있는 경영진의 퇴진과 5월 31일 현대가 한 약속을 지키라' 고 명시한 것.

이에 대해 현대차는 "현대사태는 정몽구 회장의 부실경영이 배경이 아니라 현대건설의 유동성 위기에서 비롯된 것" 이라고 반박했고, 현대그룹측은 관여할 문제가 아니라며 반응을 자제하고 있다.

현대차는 자동차 계열분리 방안이 발표되면 3부자 퇴진문제가 자연스럽게 수그러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계열분리가 되면 현대그룹과 별도로 채권단과 약정을 맺어야 해 상황이 달라질 것" 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이익이 나고 현금흐름도 좋아 채권단에서 이 문제를 다시 요구하고 압박하기 어려우리란 판단을 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차로선 주채권은행장의 말을 그냥 넘기기에는 정부의 진의가 확실하지 않아 찜찜해하고 있다. 현대그룹이 19일 안에 발표할 자구계획에 鄭회장 퇴진문제가 빠질 경우 정부와 채권단이 어떻게 평가할지에 대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용택.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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