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유대인과 민주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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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유대인인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을 발표한 후 파리 소르본대에서 연설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나의 상대성이론이 입증되면 독일 사람들은 나를 독일인이라 할 것이고, 프랑스 사람들은 '세계가 낳은 사람' 이라고 할 것이다. 만일 입증되지 못하면 프랑스 사람들은 나를 독일인이라 할 것이고, 독일 사람들은 유대인이라 부를 것이다. "

유대인을 단일민족이라 부르는 데는 학계에서도 이견(異見)이 있다. 유대인은 크게 동유럽.러시아에 뿌리를 둔 '아슈케나지' 계통과 지중해.중동.북아프리카가 근거지였던 '세파르디' 계통으로 구분한다.

현재 아슈케나지는 전세계 1천5백만 유대인 중 70%를, 세파르디는 30%를 차지한다. 아슈케나지에 대해 몇몇 학자는 "아브라함을 조상으로 한 정통 셈족이 아닌 터키계 인종" 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어쨌든 유대인은 2천년간 유랑생활을 하면서 단일종교와 독특한 풍습을 고수해 어떤 종족보다 강한 단결력을 과시하고 있다.

이들은 모세의 십계명 중에서도 우상숭배.살인.간음을 3대 죄악으로 여기며, 기본경전(토라)공부와 예배.노동, 자선행위를 3대 의무로 삼고 있다.

아인슈타인이 비꼰 것처럼 유대인의 '튀는' 생활방식에 대한 다른 민족의 견제와 질시도 만만치 않았다. 러시아에는 "유대인을 속여 보라. 당신을 포용할 것이다.

유대인을 포용해 보라. 당신을 속일 것이다" 라는 속담이 있다. 독일인은 "유대인을 속일 수 있는 것은 유대인 뿐" 이라고 비아냥거린다.

1492년 서양인으로는 처음으로 미 대륙을 밟은 콜럼버스도 유대인이라고 한다. 19세기 중반부터 독일.러시아.동유럽계 유대인의 미국 이민이 활발히 이어졌다.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어느 정도 확보한 1904년에 러.일 전쟁이 발발하자 일본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유대인 탄압을 일삼던 제정러시아가 패하는 데 큰 몫을 했다.

자유주의 성향인 미국내 유대인은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한다. 1800년 대통령선거에서 더 많은 종교의 자유를 공약한 제퍼슨을 지지한 것도 한 계기다. 1992년 대선에서는 유대인투표자의 70%가 빌 클린턴을 지지했다.

인구의 2%에 불과하면서도 자금과 언론을 주무르는 미국내 유대인이 며칠 전 민주당 부통령후보(조셉 리버먼)까지 배출했으니 정말 대단한 영향력이다.

노재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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