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기술주" 외국인들 나흘째 순매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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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움직임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반도체 주식을 마구 팔며 폭락장세를 몰고왔던 이들이 10일까지 나흘 연속 순매수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외국인들이 주매수세력으로 돌아오는 게 아니냐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달과는 정반대인 매매양상도 주목된다.

7월엔 기술주를 팔고 금융주를 매입했으나 이달 들어서는 금융주 매도-기술주 매수에 주력하고 있는 것이다.

◇나흘째 순매수 지속〓10일 거래소에서 외국인들은 2천9백78억원어치를 사고 1천2백52억원어치를 팔아 1천7백26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지난달 하순 이후 대규모 순매도에서 지난 7일 20억원의 순매수로 돌아선 뒤 8일 6백억원, 9일 1천1백91억원에 이어 순매수액이 뚜렷이 늘고 있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미국 증시가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반도체 관련주도 강세를 보여 외국인들이 기술주에 다시 관심을 돌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최근 급락에 따른 저가 매수세의 유입도 또다른 요인으로 꼽힌다.

9, 10일 순매수 금액이 1천억원을 넘어선 것은 정부가 현대문제를 조속히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힌 것에 영향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주 팔고 기술주 매수〓외국인들은 지난 달까지 국민.주택은행 등 우량은행주를 중심으로 금융주를 사들였다.

대신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반도체.기술주를 대규모로 내다 팔았다.

하지만 이달 들어 이런 양상은 반대로 변했다.

지난 3일부터 9일까지 외국인들은 현대전자(6백64억원).LG전자(2백76억원).SK텔레콤(2백65억원)등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삼성전자도 우선주(2백57억원)는 물론 보통주(2백38억원)까지 순매수했다.

반면 매도종목 중엔 신한은행(-1백97억원).주택은행(-1백89억원).국민은행(-91억원) 등 은행주와 굿모닝증권(-56억원).LG투자증권(-44억원) 등 증권주가 많았다.

한화증권 박시진 시황분석팀장은 "금융주는 외국인들이 살 때보다 많이 오른 데다 현대사태에 따른 은행의 추가부실 발생 등을 염려해 경계.차익 매물을 내놓고 있다" 고 분석했다.

반면 대신증권 나민호 투자정보팀장은 "외국인이 프로그램 매수에 나서면서 시가총액 비중이 높은 기술주를 사느라 금융주 등 중.소형 종목들을 일시적으로 줄인 것" 으로 해석했다.

기술주 매수 확대는 외국인들이 금융주 대신 살 수 있는 유일한 종목군인 데다 2002년까지는 성장세가 지속되리라는 전망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외국인 순매수 계속될까〓아직은 두고 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많지만 현대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잘 풀리면 순매수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삼성증권 엄준호 수석연구원은 "구조조정 지연과 자금시장 불안, 반도체 경기에 대한 엇갈린 전망 때문에 외국인이 공격적으로 사지는 않을 것" 이라며 "단기 등락에 따라 가격 메리트가 없어지면 사고 팔고를 반복할 것" 으로 내다봤다.

한화증권 박시진 시황분석팀장은 "외국인의 순매수 기조 전환은 구조조정 속도에 좌우될 것" 이라며 당분간 저가 매수-반등시 매도 전략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반해 대신증권 나민호 투자정보팀장은 "국내증시가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어 현대문제만 잘 풀리면 외국인들이 안살 이유가 없다" 고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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