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이렇습니다] 집값 85%까지 빌려준다고? 연 10~12% 고금리 물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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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집값의 최대 85%까지 빌려 드립니다.” 요즘 서울·수도권 아파트 단지 광고판이나 생활정보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 광고 문구다.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집값(국민은행 시세)의 80~85%까지 대출이 가능하다고 선전한다.

정부가 지난해 9월 서울·수도권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집값의 50~60%로 축소한 뒤 이런 광고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캐피탈·보험사 등 대개 제2금융권의 대출 모집인들이 낸 광고다. 하지만 편법으로 대출 가능 금액을 늘린 뒤 비싼 이자를 붙여 파는 것이어서 수요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현재 서울(서초·강남·송파구 제외)과 수도권의 주택담보대출은 집값의 최대 60%로 제한돼 있다. 정부가 집값의 70~80%이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50~60%로 낮췄기 때문이다. 여기에 소득에 따라 대출을 규제하는 총부채상환비율(DTI)도 확대됐다. 이 같은 대출 규제는 은행 등의 제1금융권은 물론 제2금융권에도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름 밝히기를 꺼린 제2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대출을 규제하고 있지만 기존에 담보로 제공된 물건이 아니라면 국민은행 시세의 최대 85%까지 대출이 가능하다”며 “불법이 아니므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다. 대출 한도를 늘리는 데는 몇 가지 방법이 동원된다.

가장 많이 쓰이는 방법은 사업자등록을 한 뒤 사업자금 마련을 위해 대출을 받는 것처럼 서류를 꾸며 한도를 늘리는 것이다. N캐피탈사의 대출 모집인인 김모씨는 “금융 당국 조사에 걸리더라도 사업자금 대출이었다고 하면 크게 규제하지 않기 때문에 제2금융권에서는 이 방법을 많이 쓴다”며 “직장인이라도 대출신청 전에 사업자등록만 하면 빌릴 수 있다”고 전했다.

대출 이자 외에 대출액의 3% 안팎을 보험료로 물어야 하는 모기지보험 가입을 유도하거나 LTV를 초과하는 금액은 대출 이자가 비싼 신용대출을 해주기도 한다. 김씨는 “어떤 방법이든 대출을 더 많이 받으려면 일반 대출 이자(연 7~8%)보다 훨씬 더 높은 연 10~12% 정도의 이자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사장은 “집값 전망이 불확실하고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과도한 대출은 삼가는 게 좋다”고 말했다.

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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