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글어 가는 삼성전자 ‘꿈의 100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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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연초부터 삼성전자 주가가 상승세다. 이 추세면 사상 최고치를 곧 돌파할 기세다. 일부에서는 올해 안에 100만원대 주가를 기록할 것으로 보기도 한다. 증권사들은 잇따라 목표 주가를 올려 잡으며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5일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1만3000원(1.61%) 오른 82만2000원으로 마감했다. 3거래일 연속 오름세다. 이날 삼성전자엔 CLSA·모건스탠리·UBS 등 외국계 증권사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몰렸다. 주가는 장중 한때 지난해 9월 22일의 최고가(82만9000원)을 찍기도 했다.

최근 삼성전자 주가를 밀어 올리는 건 예상보다 강한 제품 가격이다. 보통 비수기인 12월부터 1분기까지는 D램과 LCD 패널 수요가 줄면서 가격이 내린다. 하지만 지난해 12월엔 우려와 달리 가격이 올랐다. 중국의 춘절을 앞두고 수요가 강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4분기 실적은 물론 올 1분기 실적도 당초 전망을 웃돌 전망이다. 특히 7일 삼성전자의 잠정 실적 발표가 나오면 1분기 실적 전망치가 대거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삼성전자의 ‘1월 효과’도 무시 못할 변수다. 신영증권에 따르면 1991년 이후 삼성전자 주가 상승률은 1월이 15.6%로 가장 높았다. 19년간 삼성전자 주가가 1월에 떨어진 경우는 세 번뿐이었다. 4분기에 많이 나간 마케팅 비용이 줄어들면서 1분기엔 실적이 좋아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연초엔 증시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대표주에 매수세가 몰리기도 한다. 게다가 올해는 PC 수요도 살아나서 1월 효과에 대한 기대감은 더 높아진다.

지난해 8월부터 나온 ‘100만원대 주가’ 전망은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29개 증권사 중 삼성전자 목표가를 100만원 이상으로 잡은 건 이미 11곳에 달한다. 가장 높은 건 120만원을 제시한 KB투자증권이다. 유진투자증권은 가장 최근인 5일 목표 주가를 94만원에서 106만원으로 높였다. 이 회사 안성호 연구원은 “올해 삼성전자는 15조원을 웃도는 사상 최대 이익을 낼 것”이라며 “반도체·LCD 1위인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세 자릿수를 보기란 쉽지 않다는 신중론도 만만찮다. 신영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지금은 PC 수요 덕에 D램 값이 좋지만 일본·미국·대만의 반도체 업체가 증설을 마치는 하반기엔 어떻게 될지 장담하기 어렵다”며 목표가를 95만원으로 제시했다. 하반기 들어 각국 정부가 시중에 풀었던 돈을 거둬들일 경우 PC와 휴대전화 단말기 수요가 다시 꺾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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