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피치] 외야수는 외인 몫?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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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외야수는 시키지 말자."

한국야구위원회(KBO)이사회는 지난 1일 내년부터 프로야구 외국인선수 보유 제한을 팀당 세 명으로 늘리고 경기당 두 명까지 출전할 수 있도록 규약을 개정했다.

이 소식이 대학-고교야구계로 전해지면서 "외야수는 하지 않겠다, 투수로 전향시켜 달라" 고 요구하는 선수와 학부모 때문에 고민하는 감독이 많다고 한다.

현재 프로야구 8개 구단은 모두 중심 타선에 최소한 외국인선수 한 명을 포진시키고 있고 이들의 수비 위치는 대부분 외야수다.

국내 야구에 쉽게 적응해 제 몫을 해낼 수 있는 외국인 선수는 '외야수에 장거리포' 라는 것은 '정석' 이 된 지 오래다.

한 고교 감독은 "내가 학부모라도 그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

아들의 미래가 걸려 있는데 외국인선수와 경쟁을 벌여야 하는 외야수보다는 취업(□)이 쉬운 투수를 시키고 싶지 않겠는가" 라고 말했다.

8개 구단 주전 외야수가 24명에 후보까지 40명 정도인데 비해 투수는 주전만 50명, 1군 엔트리에 포함된 선수를 합하면 80명이 넘는다.

게다가 투수는 희소성 때문에 우대를 받는 반면 외야수의 경우 언제 더 나은 실력을 갖춘 외국인선수에게 자리를 빼앗길지 모르는 불안까지 떠 안아야 한다.

그렇다면 너도 나도 투수를 지원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KBO이사회는 "외국인선수 보유 제한을 2명에서 3명으로 늘린 것은 시즌 중 외국인선수를 교체하기 어려운데다 예산 낭비를 줄이기 위한 것" 이라고 밝혔다.

즉 좀 더 손쉽게 외국인선수를 바꾸고, 자주 바꾸는데 따른 돈을 절약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결정에는 올해 유난히 외국인 선수 교체가 잦았던 일부 구단들이 스카우트 실패에 따른 비난 위험을 덜고 풍부한 재력을 순위 경쟁의 촉매로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발빠른 계산이 숨어 있다.

KBO 발표 다음날 어느 국내선수는 "수입고기를 자꾸만 늘리면 우리 한우들은 어쩌란 말이냐" 라며 쇠고기 수입에 빗대 자신의 처지를 볼멘 소리로 말했다.

이 선수의 말처럼 이번 KBO이사회의 결정은 국내선수들의 입지를 좁히고 학원 야구의 균형있는 발전을 저해할 것으로 우려된다.

다만 외국인선수는 자주 갈아치우면서 연고지 학교 팀에는 쓰다 버리는 야구공을 주는데도 인색하고, 그러면서 연고지에 대한 권리는 한발짝 양보도 않는 일부 구단 대표들의 자리를 유지시켜 주는 데에는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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