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우리의 시간이 곧 다가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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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미국 공화당은 3일 밤(현지시간) 부시의 대통령후보 수락연설로 정권탈환의 꿈을 다지면서 4일간의 대회를 끝냈다.

부시가 라이벌인 앨 고어 민주당 후보를 16%포인트까지 앞서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는 대회에 참석한 공화당원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3만여 참석자들이 부시측의 홍보 비디오에 열중해 있을 때 부시는 슬그머니 연단에 나타났다. 부모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과 바버라 여사를 비롯한 청중은 일제히 환호성을 터뜨리며 수분간 기립 박수를 했다.

부시의 연설문은 오랜 기간 고치고 또 고친 것이다. 참모들은 지난 3월 중순에 작업을 시작해 17번이나 새로 썼다고 한다.

연설은 가족에 대한 애정과 신뢰를 과시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혼외(婚外)정사 스캔들로 곤욕을 치른 민주당 빌 클린턴 대통령과 그가 지지하는 고어 후보를 겨냥한 것이다.

부시는 "인생에서 내가 어떤 일을 하든 로라에게 청혼한 것이 나의 가장 위대한 결정" 이라 말하고 두딸.어머니.아버지를 차례로 언급했다. 연설의 메시지는 '지난 8년간의 나약함과 다가오는 새롭고 강력한 미래' 였다. 부시는 때론 풍자와 유머로 때론 간명하고 직설적인 언어로 이를 역설했다.

부시는 '냉전의 승리를 가져왔던 레이건.부시의 위대한 세대' 라는 찬사를 빠뜨리지 않았다. 그러면서 그는 당선되면 군에 두 가지를 선사하겠다고 공약했다.

하나는 평화를 지킬 수 있는 수단(무력)이고 다른 하나는 "군인을 존경하고 또 군인으로부터 존경을 받는 총사령관(대통령)" 이다.

부시는 공화당의 약점을 감싸려 애쓰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공화당이 흑인을 비롯한 소수민족에게 성의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의식, 자신이 텍사스 청소년 감옥에서 만난 15세 흑인소년을 언급했다.

그는 "소년은 나에게 '양복을 입은 당신 같은 백인이 정말로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관심이나 있어요' 라고 묻고 있는 것 같았다" 고 말했다.

연설 마무리에 그는 "우리의 시간이 곧 다가온다.(It won 't be long now)" 고 여러 번 외쳤다. 전날 체니 부통령후보가 "이제는 클린턴과 고어가 떠날 때(time for them to go)" 라고 표현한 것을 받아 운율을 맞추는 듯한 발언이었다.

공화당의 정치축제는 일단 끝났다. 남은 것은 후보들간의 치고 받는 싸움일 것이다. 한편 민주당은 오는 14일 시작되는 전당대회에서의 대대적인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의 대선은 본게임으로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필라델피아=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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