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기 인삼농사 '지키는 게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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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김영호(56.전북 진안군 진안읍)씨는 지난달 초부터 인삼밭에 텐트를 치고 숙식을 하며 살고 있다.

농산물 전문 절도범들이 수확기를 맞은 4년근 인삼을 몰래 캐 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대규모 재배지역인 진안군 농민들은 요즈음 '인삼지키기' 에 비상이 걸렸다.

도난방지를 위한 이들의 아이디어도 다양하다. 진안읍 일대 인삼농가 2백여명은 최근 모임을 갖고 공동으로 도난 방지에 나서기로 했다.

10명씩 20개 조로 순찰대를 조직해 매일 저녁 교대로 1시간씩 순찰을 돌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농민들은 개인적으로 자신의 밭에 절도범이 침입할 경우 이를 감지할 수 있도록 소리가 요란한 깡통을 달은 낚시줄을 설치했다.

또 인삼밭 주변에 못을 박은 나무판을 깔아 놓는 농민들도 있다.

이강수(52.진안군 주천면)씨는 개 5마리를 구입해 인삼밭 곳곳에 묶어 놓아 도난방지에 견공(犬公)의 덕을 보고있다.

인삼 절도범들과의 전쟁에 경찰도 가세했다. 월랑파출소 경찰들은 지난달 초부터 진안읍 등 관내 인삼밭 약도를 작성해 매일 저녁 1시간 간격으로 순찰을 돈다.

이종찬소장은 "인삼은 가격이 비싸 한번 도난 사건이 발생하면 피해액이 수백만원에 이르러 다음달까지 비상근무를 계획하고 있다" 고 말했다.

진안군에는 진안읍을 비롯해 주천.백운.성수.마령면 등 10여개면 1천여 농가가 1백80만여평에 인삼을 재배하고 있다. 올해 수확하는 인삼은 지난 1996년에 심은 4년근으로 90여만평에 이른다.

진안=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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