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피가 모자란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민방위교육장과 예비군훈련장의 헌혈 중단으로 대구.경북지역 혈액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게다가 헌혈자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대학생들마저 방학으로 학교를 떠나 여름철 혈액난이 심각한 실정이다.

3일 대구.경북적십자혈액원에 따르면 1998년 23만7천유닛(Unit.헌혈자 1명으로부터 채혈한 혈액)이던 채혈량은 지난해 22만8천유닛으로 줄었다.

올들어서는 6월 말까지 헌혈량이 10만5천유닛으로 올해 목표량 21만8천유닛을 달성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는 대구.경북의 경우 다른 시.도와 달리 96년 예비군의 교육중 헌혈을 중단시킨 데에 이어 지난 4월 포항의 한 민방위대원이 교육 중 헌혈에 항의하자 채혈을 전면 금지시킨 데에 따른 것이다.

또 대학생.군인들이 전체 헌혈량의 79.5%를 차지하고 있지만 대학생은 방학에 들어갔고, 지역 일부 군부대 장병들은 말라리아 감염 우려지역인 경기도 등 전방부대에서 훈련을 받아 헌혈이 중단되는 등 엎친 데 덮친 탓이다.

여름철 지역에서 혈액 기근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 하루 6백~6백50유닛인 평균 혈액 보유량이 지난달 23일엔 1백88유닛, 21일엔 2백86유닛으로 떨어졌다.

설상가상으로 백혈병과 재생불량성 빈혈환자 치료를 위해 대구.경북지역 병.의원에 공급하는 혈액제제(製劑)인 혈소판농축액은 수급상황이 더 심각해졌다.

하루 평균 2백50유닛씩 공급해야 하지만 지난달 17일의 경우 87유닛까지 떨어지는 등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날이 많아 25일에는 대전.광주지역으로부터 20~50유닛을 긴급 지원받아 버텼다.

혈액원측은 "혈소판농축액은 보관기관이 5일, 적혈구농축액은 35일에 지나지 않아 지속적으로 혈액을 공급하지 않으면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고 말했다.

적십자혈액원 서용희(徐龍熙)원장은 "일반인들의 헌혈이 늘어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쉽지 않은 일" 이라며 "다른 시.도처럼 예비군이나 민방위대원들의 헌혈을 다시 허용해 위험에 처한 환자들을 도울 수 있었으면 한다" 고 말했다.

한편 부산에서도 지난 6.7월 헌혈 인구가 1만6천명선에 그쳐 봄에 비해 3천명 이상 줄었다. 부산혈액원측은 8월에는 더 줄 것으로 보고 있다.

홍권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