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한 우리 전기문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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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책을 읽으면서 기자는 이 정도로 충실한 전기문학이 왜 국내에는 거의 없는가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행복한 책 읽기' 이면서도 동시에 우울했던 것은 그 때문이다.

저자 리돌피는 마키아벨리의 글쓰기에 나타나는 '비범한 박력' 을 논하면서 그것을 '신이 내린 재능' 이라고 강력하게 옹호하는가 하면, 제2서기장인 그가 받은 월급명세서까지 동원한 치밀한 고증을 하는데 과연 놀랍다. 그 때문에 5백년전 사람이 눈에 선하게 그려진다.

단순비교를 해보자. '첫 근대인' 이라면 국내의 경우 다산(茶山)정약용(1762~1836)이 꼽힐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다산과 관련한 제대로 된 평전 하나를 갖고 있는가.

불과 2백년전의 사람인 다산이 마키아벨리보다 멀게 느껴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결국 학계 연구의 빈곤이 직접적 원인으로 작용하겠고, 거기에 사람을 키우지 않는 풍토가 전기문학의 취약성을 부채질 하는 것이다.

다행히 예외적인 성취는 없지 않다. 국문학자 김윤식(서울대)교수가 독보적으로 행하는 김동인.이광수.염상섭 등에 관한 묵직한 평전 작업 그것이다. 문학영역에 국한된 성취이지만 그것이 우리의 쓸쓸함을 조금은 달래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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