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물밑 접촉? 물밑선 숨도 못 쉬는데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이명박 대통령은 4일 신년 국정연설 직후 춘추관(청와대 기자실)을 찾아 티타임을 겸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대통령은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 조크를 섞으며 답변했다. 한 기자가 “남북 물밑 접촉이 있는 것 아니냐”고 묻자 이 대통령은 “물밑에선 숨도 못 쉬는데 무슨…”이라고 대꾸했다. “정상회담을 하면 이번에도 저쪽(북한)에서 해도 되느냐”는 질문엔 “저쪽이 어디냐”고 되물었다.

북한 신년사설에 대해 이 대통령은 “욕을 안 하는 것은 상식이지. 상대를 그냥 아주 (과거처럼) 저속하게 욕하는 나라가 지구상에 어디 있느냐”며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그러면서도 “서로 욕을 안 하는 것만 해도 오래간만으로 그런 점에서 발전이며,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묻는 질문엔 “그래도 뭐 정상회담은 늘 남쪽에서 목을 매고 하자던 상황이 바뀌었으니 그것도 긍정적”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또 “연초부터 언론이 남북관계가 좋아질 것이라고 희망적으로 쓰더라”라며 “대화의 자세만 돼 있어도 좋은 것이다. 너무 전략 전술적으로 대화를 하려고 하면 안 된다”고 했다. “올해가 남북관계 개선의 적기라고 보느냐”는 질문엔 “올해가 적기인가요”라고 물으며 웃음을 유도한 뒤 “남북관계는 기사를 신중하게 써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연초니까 (신년연설) 기사도 좋게 써주겠지”라고 농담을 하면서 “새해엔 덕담을 하는 게 격려하는 것이다. 살아보면 다 죽게 생겼을 때, 어려울 때 잔소리하고 비판하면 귀에 잘 안 들어 온다. 힘들 때엔 격려하는 게 가장 도움이 되고 우리 개인의 삶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연말까지 1박3일의 코펜하겐·아부다비 순방 강행군을 했다. 이런 고된 일정에 동행한 출입기자들에게 “지난해엔 해외에 다니느라 고생 많이 했다. 금년에는 될 수 있으면 하루 더 잠을 잘 수 있도록 해 보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연설문 2개월 준비=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은 연설문 작성과 관련, “각 수석실에서 취합한 내용을 기초로 국정기획수석실에서 초안을 만들었고, 이를 박형준 정무수석이 윤문(潤文)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초고가 나온 뒤엔 이 대통령이 핵심 참모들과 두 차례 회의를 열어 원고를 최종 확정했다고 한다. 외교·안보라인 관계자는 “남북 대화 기구 관련 내용은 이 대통령이 직접 넣은 부분”이라고 전했다. 이 모든 과정은 2개월 정도가 걸렸다고 한다.

남궁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