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예보 오류 맞지만 실수 아닌 과학의 한계 보인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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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은 오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해 8월 기상선진화추진단 켄 크로퍼드(사진) 단장을 영입했다. 크로퍼드 단장은 미국 국립기상청에서 근무했으며 오클라호마대학 기상학과 석좌교수로 재직하다 외국인 최초로 1급 공무원에 임명됐다. 그의 연봉(3억2500만원)은 대통령의 두 배나 된다. 그는 폭설 예보가 어긋난 데 대해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면서도 “한국이 선진국에 비해 초단기 예보에 약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예보의 오차가 큰 원인은 무엇인가.

“이번 눈 예보에 오류가 있었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시스템에 문제가 있거나 예보관들이 실수를 했다기보다는 현재 인간이 구현 가능한 과학의 한계를 보여준 것이다. 실제로 유럽·일본 등 주변국에서도 오늘 한반도 강수량을 10㎜(눈 10㎝) 이하로 예측하고 있었다.”

-잦은 오보로 시민들의 항의가 많은데.

“현재 한국 기상청은 가능한 모든 기술력을 동원해 날씨 예보에 힘쓰고 있다. 물론 오늘(4일) 폭설에 대비해 ‘20㎝ 이상 내릴 것’이라고 정확한 예보를 했다면 더 좋았겠지만 기상예보는 항상 넘침 없이 신중하게 해야 한다. 가능한 한 보수적으로 해야 장기적으로 예보 정확도가 더 높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이렇게 눈 예보가 어긋나는 경우가 있나.

“내 고향인 미국 오클라호마에 크리스마스 이브였던 지난해 12월 24일 4~8㎝가량의 눈이 온다고 예보했는데 실제로는 25㎝의 눈이 내렸다. 다행히 휴일이라 시민들의 항의가 적었지만 예보가 어긋나 불편함을 겪었다. 이처럼 눈·비가 얼마나 올 것인지를 정확히 예측하는 데 어느 나라나 어려움을 겪는다. 그런데 미국은 한국 기상청처럼 시민들에게 즉각적으로 해명하고 사태에 대응하지는 않는다.”

-한국 예보관들의 수준은 선진국과 비교해 어떤가.

“기상도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다. 미국의 예보관들에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오늘 아침 회의 때 보니 폭설이 내린 원인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 눈이 오는 기상의 전형적인 단서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다만 한국은 선진국에 비해 0~12시간, 0~24시간을 내다보는 초단기 예보에 약하다. 요즘 세계적으로 초단기 예보 역량을 높이는 게 추세다. 장차 한국의 초단기 예보 수준을 높이는 게 내가 달성할 목표 중 하나다.”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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