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니 부통령 후보 수락 연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미 공화당 전당대회 셋째날(2일.현지시간)주인공은 단연 부통령 후보 딕 체니 전 국방장관이었다.

체니는 1991년 걸프전 때 국방장관으로 전황을 브리핑해 미 국민에게 이미 낯익은 얼굴이지만 그가 전 국민을 상대로 정치연설을 한 것은 처음이었다.

만면에 가득한 미소, 고저(高低) 없는 부드러운 목소리, 다소 어색한 듯한 제스처…. 대중을 움직일 힘이 없을 것 같았지만 청중들 욕구에 명중하는 간결한 그의 연설 문장은 매우 선동적이었다.

체니는 34세 젊은나이의 자신을 비서실장으로 발탁했던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의 쾌유를 비는 것으로 연설을 시작했다. 이어 로널드 레이건과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지도력을 찬양했으며 조지 W 부시 대통령 후보의 능력과 품성을 한껏 치켜세웠다. 그리고는 클린턴.고어팀에게 조용하게 비수를 들이댔다.

그는 클린턴 대통령의 부시 후보 공격 등을 의식한 듯 "워싱턴이 인신공격 전장이 됐다" 고 비난했다. 그리곤 또박 또박 "이제는 그들(클린턴.고어)이 떠날 시간(time for them to go)" 이라고 말했다. 연설도중 청중들은 여러 차례 기립박수를 보냈다.

공화당으로 볼 때 체니의 컴백은 성공이었다. 하지만 그는 민주당의 혹독한 공세에 노출돼 있다. 민주당이 물고 늘어지는 그의 경력부분은 두 가지. 하나는 하원의원 시절 넬슨 만델라 석방과 환경보호.총기규제 등에 반대하는 투표를 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베트남 전쟁 때 군 입대를 다섯번이나 미룬 사실이다. 네번은 학생으로, 한번은 갓난아이를 가진 아버지 자격으로 연기했다.

필라델피아=김진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