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 상대 첫 송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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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북한 당국을 상대로 한 송사(訟事)가 처음으로 제기됐다.

북한 국립교향악단의 서울 공연을 추진해온 이벤트업체인 씨엔에이 코리아는 2일 "오는 14일로 예정된 북한 국립교향악단의 서울 공연을 막아달라" 며 북한의 조선아세아태평양평화위원회(위원장 金容淳)와 정부.KBS를 상대로 공연금지 가처분 신청을 서울지법에 냈다.

씨엔에이는 신청서에서 "북한의 문화예술 공연을 유치하기 위해 20여년간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 끝에 올해 평양과 서울에서 교환공연을 하기로 조선아태위와 합의했다" 며 "북한 국립교향악단의 서울공연을 위해 이미 1백만달러를 북측에 송금했는데 정부가 중간에 북한과 이중계약을 맺고 공연을 주최하려 하고 있다" 고 주장했다.

씨엔에이는 1985년부터 북한 국립교향악단의 국내공연 유치를 위해 노력해오다 98년 북한측과 공연 합의를 이끌어내 이듬해 통일부로부터 사업승인까지 받았으나 서해교전사태 등으로 공연이 연기됐다.

그러나 다시 교환공연을 하기로 합의, 계약금 2백만달러에 북측과 재계약을 하고 지난 4월 성악가 조수미씨 등 70여명이 평양 공연길에 올랐으나 역시 북한측의 거부로 공연이 성사되지 못했다.

씨엔에이측에 따르면 평양 공연이 무산된 뒤 조선아태위와 서울 공연에 합의했지만 정부가 태도를 바꿔 승인을 거부, 사업이 표류되고 있는 사이 정부와 KBS가 이중계약을 했다는 것이다.

씨엔에이는 "북한 당국자로부터 '대가를 많이 주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 는 말을 들었다" 며 "정부측이 우리의 계약금보다 세배가 많은 6백만달러에 계약한 것으로 보인다" 고 주장했다.

씨엔에이측 박인환(朴仁煥)변호사는 "북측은 차치하고라도 정부가 국민의 이익과 권리는 보호하지 않고 북측에 지나치게 저(低)자세로 대하고 있다" 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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