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생산은 진정신호, 소비는 과열신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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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미국 경제는 진정세에 들어섰는가, 아니면 아직도 인플레를 걱정할 만큼 과열돼 있는가.

미국의 경기가 어떤 상태인가는 전세계 수출시장과 금융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주요 관심사이지만 불행하게도 정답은 안개 속에 가려져 있다.

최근 발표된 주요 경제지표들이 경기가 진정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도 있고 경기가 여전히 과열상태임을 가리키는 것도 있어 판단이 어렵기 때문이다.

연구기관이나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전망도 제각각이며, 미 경제의 파수꾼으로 불리는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도 입이 무거워졌다.

◇ 엇갈리는 경제 지표〓생산 측면에서는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소비 측면에서는 여전히 과열 상태다.

미 구매관리협회(NAPM)가 지난 일 발표한 7월 제조업 생산지수는 51.8로 6월과 같았으며, 신규주문 지수는 49.9로 1998년 12월 이후 가장 낮았다.

이 지수가 50이면 성장도 축소도 아닌 중간 상태를 가리킨다. 7월에는 생산이 제자리 걸음을 하는 가운데 신규 주문이 늘어난 회사보다 감소한 회사가 더 많았다는 의미다.

반면 미국 소비자들의 씀씀이는 늘어났다. 같은 날 미 상무부가 발표한 6월 소비 지출 증가율은 0.5%로 소득 증가율(0.4%)을 약간 웃돌았다.

두 지수는 5월에는 0.3%로 같았다. 지난달 28일 발표된 2분기 국내총생산 증가율은 5.2%로 당초 시장에서 예상했던 3.6~3.8%를 크게 앞질렀다. 경기과열을 강하게 시사한 것이다.

오는 4일에는 7월 실업률과 시간당 임금이 발표된다. 이 지표가 어떻게 나올지가 팽팽한 저울추를 한쪽으로 기울게 할 가능성이 있다.

◇ 조심스런 그린스펀〓그린스펀 FRB 의장은 최근 경기가 진정세에 접어들었다는 쪽에 무게를 두면서도 인플레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잊지 않고 있다.

그린스펀은 지난달 20일 상원 금융위원회에서 "과열 조짐을 보였던 경기가 진정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며 "올해 국내총생산(GDP)증가율은 4~4.5%에 이르겠지만 내년에는3.25~3.75%로 떨어질 것"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인플레 위험이 사라졌다고 볼 수는 없다" 며 단서를 달았다.

그는 지난달 25일 하원 금융위원회에서는 "앞으로 발표될 각종 경제지표를 참고해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할 것" 이라고 말했다.

현재 월가에서는 금리인상 여부를 결정할 오는 22일의 공개시장위원회(FOMC)와 관련해 아무런 전망이 나오지 않고 있다.

보통 때 같으면 FOMC를 3~4주 앞둔 상황에서 언론을 통해 얼마를 올리기로 했느니, 그대로 두기로 했느니 하는 말들이 흘러나온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렇지 않다. FRB로서도 현 경기상황 진단을 그만큼 어렵게 생각한다는 얘기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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