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울어버린 홀트여사 '7번째 자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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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2일 오전 11시 경기도 고양시 일산구 탄현동 홀트일산복지타운에 차려진 홀트국제아동복지회 공동설립자인 버서 매리언 홀트 여사의 빈소에는 한 중증 장애인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찾아와 누구보다 고인의 죽음을 슬퍼해 눈길을 끌었다.

주인공은 홀트일산복지타운에서 평생을 기거해 온 김영희(50.여)씨. 정신지체 1급 장애(뇌성마비)로 혼자서는 일어서지도, 식사도 못하는 金씨는 2일 직원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담당 보육사 성혜순(42.여)씨를 졸라 휠체어에 의지한 채 숙소에서 5백여m나 떨어진 빈소를 찾았다.

金씨는 이날 '할머니' (홀트 여사)가 지난 1월 마지막으로 보낸 편지와 생일 선물로 받은 소형 라디오를 챙겨 홀트 여사 영전에 한송이 꽃과 함께 바쳤다.

金씨는 추모를 하면서 심한 장애로 눈물을 흘릴 수는 없었지만 몸을 뒤틀며 홀트 여사의 죽음을 비통해 했다.

金씨가 홀트 여사와 인연을 맺은 것은 홀트 부부가 서울 녹번동에서 고아 입양사업을 시작한 1958년. 당시 8세이던 金씨는 홀트 부부를 만난 뒤 이곳 고양시로 옮겨 와 40여년을 함께 했다.

일산복지타운 내에서는 물론 최고령 원생이다.

그래서 金씨는 이곳에서 홀트 여사의 일곱번째 자녀로 불린다.

홀트 여사는 1년에 3~4차례 편지를 보내고, 성경 낭송 테이프.라디오.옷.액세서리까지 온갖 선물을 직접 챙겨줬다.

홀트 여사의 지난해 생일에 金씨는 여사가 원하는 대로 하얀색 양말을 선물했다.

金씨는 이제 할머니를 다시 볼 수 없다는 현실이 믿어지지 않는 듯 슬픈 표정으로 손짓과 몸부림을 계속했다.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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