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SOFA 이것만은 고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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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오늘 재개되는 한.미 SOFA 개정 협상은 여러가지 여건을 고려할 때 반드시 가시적 성과를 거두지 않으면 안된다.

특히 형사재판 관할권.환경조항 신설 등에서 원만한 합의에 실패하면 자칫 한.미 관계의 큰 틀마저 흠이 갈 우려가 있다고 본다.

최근 매향리 파문.독극물 방류사건 등으로 고조된 국내의 비판적 여론을 미국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물론 협상은 혼자 하는 게 아니다. 상대 입장을 외면하고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식의 감정적 대응을 하다간 작은 다툼에 취해 더 큰 국익을 놓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번 SOFA 개정 협상은 주한미군이 주둔할 필요성을 서로 인정한다는 대전제 아래 호혜적이고도 시대 흐름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SOFA 조문 협상을 놓고 반미니 친미니 논쟁을 벌이는 자체가 잘못된 협상자세다. 그제 입국한 미국측 협상대표가 말한 '양국 상호 안보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는 공정하고 형평성 있는 체계' 를 협상과정에서 행동으로 보여야 할 것이다.

재판관할권 문제의 경우 미국측은 그동안 한국의 행형(行刑)제도에 대한 불신을 바탕으로 기존 불평등 조항을 고수해온 면이 있다. 그러나 지금은 한국사회도 변했다.

대표적인 예로 미군 범죄피의자 신병인도 시점 같은 쟁점에서는 이제 미국이 선뜻 양보해야 한다. 미국은 그 대가로 경미한 범죄에 대한 재판관할권을 포기하라고 우리측에 요구 중이라는데, 주권이 걸린 문제를 우리가 들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환경문제도 현재의 협정문에는 기껏해야 '공공안전을 적절히 고려해야 한다' 는 정도로만 돼 있는데, 독일처럼 명백히 환경오염 방지의무 규정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

지난 수십년 사이 국내 환경관련법이 몰라보게 엄격해졌는데도 미군 관련 시설만 예외로 하자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미군도 주둔국의 법적.사회적 환경이 변했다면 그에 발맞추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미군기지 내 한국인 근로자 처우문제도 현 협정문에는 한국인 근로자의 노동쟁의 전 냉각기간이 무려 70일이나 된다. 군부대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대폭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

우리는 얼마 전 김대중 대통령도 언급했듯이 이번 기회에 SOFA를 미.일 협정 수준으로 개선하길 바란다. 일본의 경우 환경조항이 미비한 만큼, '주일미군+환경조항' 수준으로 격상돼야 한다.

물론 농산물 검역을 비롯해 다른 문제 조항들도 적지 않지만 이틀간의 협상에서 모두 처리하기는 무리다. 이번엔 우선 재판관할권과 환경조항 신설에서 뚜렷한 성과 또는 의견접근이 있어야 할 것이다.

불평등 SOFA로 인해 국민감정이 상하고 들끓는 일이 계속돼선 전통적 양국 친선에 하등 도움될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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