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치기 무효화해야"…야 운영위 점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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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일 오전 11시18분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실. 민주당 정균환(鄭均桓).자민련 오장섭(吳長燮)총무를 비롯한 운영위 소속 민주당.자민련 의원들이 들어왔다.

남녀차별금지법 개정안을 상정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회의장은 이미 한나라당 의원 20여명에게 점거된 상태였다.

"법안을 (단독처리하지 않고) 상정만 하겠으니 회의를 엽시다. " (정균환 총무)

"(국회법 개정안) 날치기를 무효화하기 전에는 절대 안돼요. " (한나라당 兪成根 의원)

"그럼 여야 간사회의라도 합시다." (정균환 총무)

"날치기 주범인 천정배(千正培.민주당 수석부총무)의원과는 대화할 수 없어요. " (한나라당 金武星 수석부총무) 완강한 한나라당의 태도에 鄭총무는 회의장에서 물러났다.

교육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오후 2시쯤 회의장에 몰려간 민주당.자민련 의원들은 한나라당 의원들과 30여분에 걸쳐 승강이를 하다 돌아갔다.

오전 10시 열릴 예정이던 예결위에선 민주당 의원들이 회의실 입장을 포기했다. 한나라당 의원 30여명이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무리하지 않으려 했다. 단독국회를 위한 밀어붙이기는 없었다. 여야 입씨름은 있었지만 고성과 몸싸움.욕설은 없었다.

민주당이 이런 태도를 취한 데는 까닭이 있다. 우선 한나라당의 실력저지를 민주당의 실책을 유인하기 위한 작전인 것으로 분석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임시국회는 4일까지 열린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저지를 힘으로 돌파하고 단독국회를 강행할 경우 비판적인 여론이 형성될 것을 걱정하고 있다.

鄭총무는 운영위 개회 시도가 실패하자 "야당이 실력저지로 나선 이유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고 말했다. 민주당 박병석(朴炳錫)대변인은 "여야가 격렬하게 몸싸움하는 것이 보도되면 좋을 게 없다" 며 "야당이 막으면 충돌은 하지 않는 게 현명하다" 고 말했다.

민주당은 여론을 자기 쪽으로 유리하게 만들 작정이다. 鄭총무는 "각종 민생.개혁 현안이 쌓여 있는데 회의조차 못열게 하는 것은 국민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고 비난했다.

민주당이 국회 파행에 대한 포괄적 사과, 국회법 개정안 협상용의 등을 골자로 한 서영훈(徐英勳)대표의 기자회견을 취소한 까닭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임시국회 폐회일인 4일 국회법 개정안 등 모든 현안을 단독으로라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이 때엔 한나라당의 방해 행위를 명분으로 내세워 현안에 대한 단독처리 가능성을 정치권에서 전망하고 있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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