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이회창, 밀약설 결자해지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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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일의원연맹 한국측 회장으로 일본을 방문 중이던 자민련 김종필(金鍾泌.JP)명예총재가 31일 서울에 잠시 들어왔다.

그는 3시간50분 동안 국회에 머물면서 두가지 '의미있는 일' 을 했다.

하나는 약사법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에 참석한 것. 단독국회를 주도한 민주당으로부터 "고맙다" 는 인사를 받았다.

이보다 40분 앞선 오후 4시50분, 본회의장 옆 의원회관 2백21호 JP의 사무실. JP는 가회동 자택에서 '칩거 구상' 중인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통화시간은 10분 가량.

◇ "밀약설은 유감" 〓JP는 "밀약설 때문에 본의아니게 총재를 괴롭게 해드려 미안하다" 는 취지로 말문을 열었다고 한다.

JP는 "밀약설에 대해선 내가 일본으로 출국(28일)할 때 공항에서 '밀약은 없었다' 고 한 데다 우리당 김종호 총재대행도 이미 부인한 바 있다" 고 李총재에게 이해를 구했다는 것이다.

밀약설은 여야 대치의 핵심 요인이다. 22일 골프장 점심회동 때 李총재가 '자민련 교섭단체 만들어주기(국회법 개정안)' 를 JP에게 약속했다는 내용. 그후 민주당이 운영위에서 국회법을 날치기(24일) 처리할 때 그 명분으로 밀약설을 흘렸다.

"어차피 한나라당이 자민련을 도와줄 것인 만큼 국회법을 통과시켜주자" 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李총재는 이를 민주당의 음모라고 일축해 왔다. 다만 李총재는 JP를 이 문제와 엮어서 언급하지 않았다. 새롭게 형성된 JP와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관측됐다.

이날 李총재와 JP가 밀약설을 없애는데 함께 노력하기로 한 만큼, 이런 다짐이 정국 정상화의 본격 출발점이 될지가 주목된다.

◇ 재회동 여부〓JP는 전화에서 일본에서 돌아온 뒤(9일) 다시 만나자는 얘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회창-JP' 의 재회동 여부도 관심이다. 李총재는 사안의 민감성 때문에 말을 아낀 것으로 알려졌다. 짧은 통화동안 李총재는 주로 듣는 입장이었다는 것.

자민련 관계자는 "국회 정상화의 걸림돌인 밀약설 파문이 결자해지(結者解之)차원에서 진정되면 우리당의 교섭단체 승격문제가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자연스럽게 거론될 것" 이라고 기대했다.

JP는 이날 저녁 일본으로 돌아갔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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