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통신벤처 '돈벼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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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미국의 벤처자금들이 '닷컴' 을 떠나 '컴(Comm)' 으로 대거 몰리고 있다. '컴' 은 통신(Communication)장비 및 서비스 관련 업체를 일컫는 말이다.

닷컴기업의 전망은 불투명한 반면 정보화 시대를 지탱하는 인프라, 즉 통신장비나 네트워크 관련 설비 및 서비스 수요의 장래성은 계속 밝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같은 추세는 '컴 기업' 들의 자산 가치가 천문학적으로 폭등하고 있는 데에서도 잘 드러난다.

1998년 벤처 캐피털인 스펙트럼 에쿼티 인베스터스는 일리노이주에 본사를 둔 무선통신업체인 사움버그에 5천만달러를 투자했다.

인터넷이든 통신이든 유선보다는 무선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장기적 전망에 따른 결정이었다.

예상은 적중해 최근 이 회사는 AT&T와 돕슨 커뮤니케이션스에 24억달러에 매각됐다. 스펙트럼은 같이 투자한 몇몇 벤처 캐피털과 함께 2년만에 10억달러를 거뜬히 벌어들였다.

배터리 벤처스도 지난해 인터넷 컨텐츠 서비스 업체인 아카마이 테크놀러지스와 광통신망 접속업체인 큐테라에 각각 8백만달러를 투자했다. 현재 이들 회사의 자산가치는 각각 12억달러와 16억달러다.

여기에다 장.단거리 전화와 데이터전송 업체인 앨리지언스 텔레콤에 7백50만달러를 투자했는데 이 업체 역시 자산가치가 2억달러로 부쩍 늘었다.

배터리사의 토드 다그레스 총무담당은 "올들어 4번째로 2억달러의 펀드를 모아 모두 통신관련 벤처에 투자했는데 수익금이 원금의 15배인 30억달러에 달할 전망" 이라고 말했다.

정보기술 전문지인 레드허링 집계에 따르면 최근 7개월 동안 5개 벤처사가 10억달러 이상의 펀드를 조성했는데 모두 통신장비와 서비스.네트워크에 투자하는 펀드였다.

이에 따라 컴 기업들은 돈이 넘쳐 어쩔줄 모르는 실정이다.

지난달 24일 코퍼닷컴은 5천만달러의 자금을 유치한다고 공고했는데 1주일도 안돼 9천만달러가 모여들었다.

6천만달러를 유치하려 했던 앰버 네트웍스에는 1억달러, 4천만달러를 원했던 에스트럴 포인트 커뮤니케이션스에는 1억6천만달러가 몰려들었다. 공모주시장(IPO)에서도 컴 기업들은 상종가 행진이다.

지난달 28일 나스닥에 등록한 광케이블 통신업체인 코비스는 주당 공모가가 36달러였으나 거래 첫날 95달러까지 폭등했다가 84.72달러에 장을 마쳤다.

에이비시 시스템스도 31달러에 공모가가 형성됐으나 거래 첫날 96.75달러에 장을 마감, 2백12%나 올랐다.

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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