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일본 손잡을 날 멀지않은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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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북.일관계가 급류를 탈 조짐이다. 북한 적십자회는 지난달 28일 일본측에 일본인 행방 불명자 2명에 대한 자료를 넘겨줬다.

북한의 이번 조치는 그동안 중단됐던 북.일관계에 돌파구를 열기 위한 '성의표시' 다. 흔히 '행불자' 라고 지칭되는 일본인 납북자 문제는 북.일관계 개선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해왔다.

평양을 출발한 북.일관계 개선열차가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모리 요시로(森喜朗)총리간 정상회담이라는 종착점에 도착할 수도 있다.

북.일관계 개선의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 오른 곳은 지난주 방콕에서 열렸던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었다.

북한의 백남순(白南淳)외무상과 일본의 고노 요헤이(河野洋平)외상은 이곳에서 최초의 양국 외무장관 회담을 갖고 제10차 북.일 수교협상을 오는 21~25일 도쿄(東京)에서 열기로 합의했다. 또한 베이징(北京)을 무대로 한 양국 관계자들의 비공식 접촉도 상당히 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쿄(東京)는 요즘 평양을 향해 '경협 카드' 를 자주 흔들고 있다. 일본 대장성은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대북 경제개발 기금을 설치하는 문제를 이미 검토하고 있다.

일본은 ADB 58개 회원국 가운데 총지분 16%를 확보한 최대 출자국이다. 일본 정부와 여당은 오는 9월 유엔기구를 통해 쌀 15만t을 북한에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북.일 수교회담과 경협카드는 金위원장-모리 총리 정상회담을 겨냥하고 있다. 지난 6월말 모리 총리가 정상회담 얘기를 끄집어 냈을 때만 하더라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그가 지난 7월 15일 산케이(産經)신문과의 인터뷰에 이어 오키나와 G8 정상회담에서도 이 문제를 재천명함에 따라 북.일 정상회담은 일본의 확고한 대북 정책목표로 자리잡고 있다.

평양도 최근 도쿄를 향해 부지런히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金위원장은 지난달 한 인터뷰에서 북.일관계를 "가깝고도 가까운 관계로 만들 것" 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북한은 조만간 북한인과 결혼한 일본인 처(妻)들의 일본 방문과 일본인의 금강산 관광도 허용할 방침이다.

흥미로운 점은 일본 국내에서 모리 총리의 형편없는 정치적 인기가 북.일 정상회담을 적극적으로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통일연구원의 이교덕(李敎悳)박사는 "2차세계대전후 일본 외교의 2대 과제가 북방 4개 열도 문제 해결과 북.일수교" 라 지적하고 "만일 모리 총리가 북.일관계에 돌파구를 연다면 이는 자신의 정치적 위상을 높이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 이라고 말했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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