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인간 배아 복제 허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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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영국 정부가 오는 9월 인간 배아 복제를 허용할 것이라고 선데이타임스와 옵서버지가 30일 보도했다.

두 신문은 정부 관계자 말을 인용, 지난 5월부터 배아 복제와 조직.장기 배양의 윤리성을 검토해 온 내각이 이를 허용하는 계획을 이미 세워놓았다고 전했다.

영국 정부가 이 결정을 공표하면 국가가 배아 복제를 인정하는 최초의 사례가 된다.

두 신문은 그러나 정부가 배아 복제를 연구목적으로만 제한할 것이며, 낙태된 인간 태아에서 추출한 세포와 수정된 지 2주일이 지난 배아는 복제에 사용할 수 없도록 할 것라고 보도했다.

인간의 태아에서 세포를 떼어내 동물이나 인간의 난세포에 이식, 간(幹)세포를 배양하는 배아 복제가 허용되면 실험실에서 신경세포.심장세포.근육세포 등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또 심장.신장.간 등 새로운 장기를 길러낼 수 있으며 장차 팔.다리 등의 인체 일부를 복제.생산할 수도 있다.

영국 정부 관계자는 "복제 허용 방침은 로슬린 연구소가 복제양 '돌리' 생산 기술을 개발하는 등 영국이 이 분야에 갖고 있는 국가적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 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영국 낙태반대운동가와 종교단체는 "배아 복제는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배아를 희생시키는 것으로 살인행위에 해당된다" 며 이를 끝까지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4월 일본은 배아 복제를 포함한 인간 복제를 금하는 법률을 제정했으며, 미국은 연방정부가 배아 복제 연구에 재정적인 지원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를 금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생명공학육성법 개정안 등 관련 법률이 국회에 계류 중이지만 의.과학계와 종교계 등이 첨예하게 대립, 입법이 유보되고 있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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