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중단한 DJ…꼬인 정국 수습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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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26일 오후 휴가를 중단하고 청와대로 돌아왔다.

지난 22일 전용 지방휴양지인 청남대로 떠날 때만 해도 "1주일을 휴가답게 보낼 것" (박준영 대변인)이라고 했던 金대통령이다.

그만큼 金대통령의 휴가 중단은 이례적일 수밖에 없다.

1주일로 예정된 휴가를 반토막으로 그친 채 청와대로 돌아온 金대통령은 27일 아침을 민주당 서영훈(徐英勳)대표 및 당 3역과 함께 했다.

그리곤 '임시국회 파행은 유감' '조속한 국회정상화' 등을 강조했다. 국회 파행을 그만큼 심각하게 본 것이다.

휴가기간 중 金대통령은 남북문제, 개혁추진, 개각을 비롯한 여권 재편 등 집권 후반기의 국정운영 전반에 대한 구상을 정리할 생각이었다. 그 내용은 8.15기념사에 담길 것으로 예고됐었다.

金대통령은 국회파행이 이같은 국정운영 구상에 차질을 빚게 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제213회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정부조직법.금융지주회사법 등은 집권 후반기 국정개혁 프로그램을 뒷받침할 법안들" 이라며 "대통령이 직접 챙겨야겠다는 결심을 한 것 같다" 고 해석했다.

이날 당직자들과 조찬에서도 "국회 상황이 주로 논의됐다" (민주당 박병석 대변인)고 한다.

金대통령이 사태를 심각하게 보는 이유는 국회 파행만이 아닌 것 같다. 여권 인사들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와 자민련 김종필(金鍾泌.JP)명예총재의 회동을 꼽는다.

金대통령의 집권 전반기는 DJP공조를 바탕으로 한 공동정권이 지탱했다. 金대통령이 후반기도 계속 정국 주도권을 잡아나가려면 공동정권은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

그러나 JP는 金대통령의 휴가 중 한나라당 李총재를 만났고, 정치권에는 두 사람간의 '밀약설' 이 유포됐다.

만의 하나 JP가 한나라당과 손을 잡을 경우 소수정권의 金대통령으로선 남북문제와 개혁 등 후반기 국정운영 전반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위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 발생한 셈이다.

金대통령으로선 휴가를 계속 즐길 일이 아니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그래선지 金대통령의 귀경과 함께 여권 내부엔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오후부터 국회 정상화를 위한 분주한 행보에 착수했다.

朴대변인은 한나라당이 임시국회 소집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의 국회 대책을 브리핑하면서 '단독국회' 란 용어 대신 '민주-자민련 양당국회' 란 용어를 사용했다.

金대통령과 민주당의 '자민련 묶어두기' 노력은 앞으로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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