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코드 믿음 땅에 떨어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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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다는 초음속 비행기 콩코드가 25일 파리 북부지역에서 추락, 승객.승무원 1백9명과 추락현장 주민 4명 등 모두 1백13명이 사망함에 따라 콩코드의 안전성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정확한 사고 원인이 규명될 때까지 에어 프랑스사 소속 콩코드기 전부에 대해 운항을 정지시켰다.

◇ 사고 원인=프랑스 항공당국은 현장에서 블랙박스를 수거, 조사에 착수했다. 콩코드기는 사고 당시 60m가 넘는 불길이 엔진쪽에서 솟구쳤다.

더 타임스는 "엔진의 화재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어디선가 점화된 불꽃이 연료 배선을 태우면서 순식간에 엔진으로 옮겨 붙었을 가능성이 크다" 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엔진 과열이 아닌 엔진 폭발이며 엔진의 연료 공급에 문제가 있었거나 새들이 관련됐을 가능성도 있다" 고 밝혔다.

사고기 탑승객은 1백명이며 독일인이 96명, 덴마크인 2명, 미국인과 오스트리아인이 각각 1명이다. 대부분 독일인(96명)이다. 이들은 카리브해에서 호화 크루즈(선상여행)를 하기 위해 뉴욕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사고를 목격한 고네스 마을 주민 안토니오 페레이라(43)는 "비행기가 머리 위로 굉음을 내며 추락했고 원자폭탄이 폭발한 것처럼 시커먼 버섯구름이 하늘을 뒤덮었다" 고 말했다.

◇ 안전 논란=평균 속도 마하 2.04(시속 약 2천2백㎞)인 콩코드는 1995년 지구를 22시간43분만에 한바퀴 돈 기록을 갖고 있다.

69년 처녀비행을 시작한 이래 79년 착륙 도중 바퀴가 터진 것이 유일한 사고일 정도로 안전성을 인정받아왔다. 하지만 이같은 신화에 금이 가는 조짐이 서서히 나타났다.

올 1월 영국항공 소속 콩코드기의 네개 엔진 중 한개가 고장나 런던 히드로 공항에 불시착했다. 사고기는 다음날도 이륙 직후 계기판에 발화 경고 등이 들어와 회항했다.

97년에는 연료를 공중에 쏟아버리고 미국 뉴욕 케네디 공항으로 회항한 적이 있고 운항 중 엔진 출력이 극심하게 바뀌는 이상도 보고됐다.

지난주엔 영국항공 소속 콩코드 7대 모두의 날개 부분에서 길이 5㎝ 정도의 균열이 발견됐다.

개발 당시 제작자들이 예상한 콩코드의 수명은 약 15년이었지만 현재 운항 중인 영국항공과 에어프랑스 소속 콩코드 13대의 평균 기령은 22년이다.

에어프랑스는 최소한 2017년까지 운항을 계속할 방침이고 영국항공도 콩코드의 운항 기간을 20년 연장했다.

롤스로이스사가 제작한 콩코드의 엔진은 한개가 고장나도 나머지 엔진으로 이륙이 가능할 정도로 강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사고로 콩코드는 강력한 퇴출 압력에 직면하게 됐다.

파리=이훈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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