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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밖에서 하듯 안에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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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2009년 이명박 대통령은 밖에서 잘했다. 외치(外治)가 빛났다. 세계 언론들도 칭찬했다. 이 대통령은 미국 피츠버그에서 G20 정상회의를 유치했다. 코펜하겐 기후변화협약 정상회의에선 “나부터(Me First)가 중요하다”고 역설해 박수를 받았다.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발전소 유치는 국민들에게 준 세밑 선물이었다. 대선 후보 시절 ‘경제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약한 말처럼 현장 세일즈 대통령의 면모를 확실히 보여줬다. 밖에서 들이는 공이 안에서도 눈에 훤히 보일 정도다. 이 대통령은 최근 참모들에게 “차기 지도자는 국제화 감각을 갖춰야지 그렇지 않으면 어렵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안을 보자. 내치(內治) 성적표는 신통치가 않다. 세종시 문제는 아직도 미해결이다. 4대 강에 막혀 파행하던 연말 국회 예산안은 지난달 31일 밤에야 겨우 통과됐다. 그래도 연거푸 날아든 외치의 성과가 대통령 지지율을 떠받쳤다. 지난달 28일 리얼미터 조사에서 지지율은 53.1%였다. 원전 유치 덕이었다. 50% 이상의 지지율은 취임 초인 2008년 4월 이후 처음이다.

외치의 성공 사례는 대통령의 정치가 얼마나 생산적일 수 있는가를 보여줬다.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열정적인 스킨십 몇 번 했을 뿐인데 그 성과는 값으로 헤아리기 어렵다. 지난해는 내우(內憂)를 외치가 풀어낸 한 해였다.

집권 3년차 이 대통령을 위한 올해의 답은 이미 나와 있다. 밖에서 잘했듯 안에서도 잘하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보여준 ‘스킨십 외교’는 국제 무대에서만 필요한 게 아니다. 이 대통령이 지난 연말 UAE에 갔을 때다. 이 대통령이 모하메드 알나하얀 아부다비 왕세자의 선친인 고(故) 자이드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했다. 이 자리에 원전 수주의 키를 쥔 모하메드 왕세자가 예고 없이 나타났다. 그에게 이 대통령은 “좋은 결정을 하게 돼 하늘에 계신 부친이 자랑스럽게 여길 것”이라고 덕담했다. 그 말에 감동한 모하메드 왕세자가 눈물을 글썽였다. CEO 시절부터 쌓은 세일즈 감각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왜 이런 감동을 우리 야당 지도자들에게 주지 못할까. 이 대통령은 세종시 문제에 대해 TV에 나와 직접 사과하고 이해를 구했던 적이 있다. 그것이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데 부족했다면 두 번 아니 세 번이라도 나와야 한다. 이 대통령의 스킨십 외교에 감동 받은 외국 지도자들처럼 국민들도 같은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말이다. 원전 수주 작업이 어려울 때 모하메드 왕세자와 여섯 차례 통화하며 설득한 이가 이 대통령이다. 피츠버그 정상회의를 앞두고도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 등과 통화하며 유치 작전을 지휘했다. 그런 그가 국내에서 만나지 못할 사람이 누가 있겠나. UAE 방문에선 힘겨운 일정 탓에 입술이 쩍쩍 갈라지고 터지기도 했다. 그가 달려가지 못할 곳이 어디 있겠나. 외치에서 보여준 스킨십을 국내에서도 보여준다면 당장 새해의 첫 현안인 세종시 문제부터 술술 풀리지 않을까. 올해에는 안에서도 밖에서도 모두 성공하는 대통령이 되기를 기원한다.

신용호 정치부문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