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경기 정점 놓고 논쟁 가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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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반도체 경기 정점을 놓고 논쟁이 점입가경인 가운데 삼성전자 주가가 최근 급락세를 보이고 있어 해석이 분분하다.

특히 그동안 삼성전자를 줄곧 사들였던 외국인들이 지난주부터 계속 내다팔고 있어 증시에서는 반도체 경기 논쟁과 삼성전자 주가의 상관관계 분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거래소 시가총액의 18%를 차지할 만큼 시장 영향력이 절대적인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13일 38만8천원으로 전고점(前高點)을 뚫은 뒤 하락세로 돌아서 24일 현재 17.8% 떨어진 31만9천원까지 밀렸으며 60일 이동 평균치(33만3천7백41원)마저 무너짐으로써 향후 전망을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 반도체 경기 정점인가=1차 논쟁은 지난 5일 샐러먼스미스바니(SBS)의 애널리스트 조너선 조지프의 반도체 보고서가 촉발시켰다.

보고서는 "반도체 업계가 휴대폰 시장의 성장세 둔화로 몇개월 후 공급과잉 상태로 전환될 것" 이라고 내다봤다.

또 "올해 반도체 자본투자 증가율이 60%로 정점에 이를 것이며 과거 경험으로 볼 때 출하도 정점에 다다를 것" 이라고 분석하고 투자의견을 '시장수익률 상회' 에서 '중립' 으로 내렸다.

반박도 만만치 않았다. 메릴린치 홍콩법인은 지난 6일 내놓은 자료에서 "조지프가 지적한 휴대폰 시장은 세계 반도체 수요의 10% 미만을 차지할 뿐이며 디지털 등 신제품 시장의 수요창출도 고려해야 한다" 면서 삼성전자에 대한 매수추천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자딘플레밍도 같은날 D램 호황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2차 논쟁은 지난 11일 메릴린치의 계량 분석가인 리처드 번스타인의 보고서가 불렀다.

그는 반도체 업종이 상품가격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으며 상품가격의 흐름은 정점을 지났다고 주장했다.

이런 분석에 대해 국내 애널리스트들은 일제히 반박하고 있다.

삼성.대우.대신.동원 등 대다수 증권사는 반도체, 특히 D램의 호황이 2002년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동원경제연구소 김익철 애널리스트는 "SBS나 메릴린치 보고서는 미국의 주력인 비메모리 반도체를 대상으로 한 분석이며 D램 중심인 삼성전자 등에는 해당사항이 없다" 면서 "세계 반도체 무역통계기구(WSTS)는 2002년 D램 시장이 올해보다 1백10%나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고 말했다.

대우증권 전병서 수석연구위원은 "과거 반도체 업종 경기가 바닥에서 정점에 이르기까지 기간이 33~57개월 걸렸다" 며 "경기 확장기가 2년밖에 되지 않는 현 시점을 정점이라고 볼 수는 없다" 고 밝혔다.

◇ 삼성전자 향배는〓현재 외국인들은 삼성전자를 팔되 같은 D램 업체인 현대전자는 사들이고 있다.

여기서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반도체 경기에 대한 회의 때문은 아니라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로 최근 외국들의 삼성전자 주식 매도는 차익을 실현하는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도 많다.

동원증권은 올들어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사들여 21일 현재까지 올린 평가익이 6조3천억원에 달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차익실현과 함께 주가 추가하락 때는 손절매도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대우의 전 수석연구위원은 "지난주 중 외국인의 삼성전자 순매도는 하루 15만~31만주로 보유주식 9천5백만주에 비해서는 미미한 물량" 이라고 전제하고 "국내 증시 부진에 따른 일상적인 입장 수정으로 본다" 고 말했다.

반면 대신경제연구소 진영훈 연구원은 "과거 경험을 분석해 보면 삼성전자 주가의 정점이 D램시장 정점 1개월전에 나타났으며 D램 시장 정점은 2002년 하반기에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고 낙관적인 분석을 내놓았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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