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60개사 코스닥 등록포기·퇴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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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증시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코스닥시장에 진입하려던 기업들이 스스로 등록계획을 철회하고 있다.

또 등록심사 기준이 깐깐해진 이후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24일 코스닥 증권시장에 따르면 올들어 등록심사를 청구했다가 철회한 기업은 매달 늘어 이날 현재 모두 34개사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올들어 등록심사를 받았으나 기각되거나 보류된 기업들도 26개사에 달한다. 이에 따라 이들 기업에 돈을 댄 투자자들이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 '거품' 해소와 시장침체가 원인〓자진 철회기업은 지난 1분기만 해도 3개사에 그쳤고 4월에도 1개에 불과했으나 5월부터는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등록철회 기업은 5월에 9개사, 6월에 12개사로 늘어난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이미 9개사에 이른다.

특히 최근 공모가가 희망가를 크게 밑돌자 등록추진 기업들이 더욱 위축되고 있다. 이번 주에 청약을 받는 국순당.페타시스는 공모철회를 검토하기도 했다.

이같은 현상은 미국 나스닥시장에서 발원된 벤처기업 거품론이 코스닥시장을 강타, 주가가 반토막 나는 종목이 속출하면서 두드러지고 있다.

◇ 문턱 높아진 등록심사〓시장침체가 과도한 물량공급에 따른 것이라는 점에서 강화된 등록심사의 기준도 자진 철회를 유도했다.

기존 등록기업들이 유.무상 증자를 남발하면서 증권당국은 주식물량 억제와 투자자 보호차원에서 사소한 사항까지 꼼꼼히 따지고 있다.

대상기업들의 경영현황.재무안정성 검증에 이어 대주주의 도덕성이나 시장성.기술성 등도 고려 대상이다.

그 결과 창업 초기 단계에서 인터넷공모.엔젤클럽.벤처투자조합 등을 통해 돈을 댄 투자자들의 피해가 불거지고 있다.

액면가의 10배를 주고 인터넷 통신장비를 만드는 K벤처기업 등 3~4곳에 1억원 가량을 투자했다는 金모(43)씨는 "장밋빛 꿈이 완전히 물거품이 됐다" 며 "증권시장이 다시 살아날 때만 기다릴 뿐" 이라고 말했다.

정선구.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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