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도 교통유발부담금'에 교육계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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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내년부터 초.중등학교 등 교육시설물에 대해 일반 대형 건물처럼 교통유발부담금을 물린다는 정부의 방침에 교육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건설교통부는 지난 4일 교통유발부담금 면제대상 시설물을 17개 종류에서 주한 외국 정부.기관 소유 시설물과 주거용 건물 등 2개 종류로 축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도시교통정비촉진법 개정안을 마련, 24일까지 입법 예고 중이다.

부과 대상에서 제외되는 시설물은 이밖에도 종교시설.정당 건물.공장 등이 포함돼 있다.

개정안은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모든 사립학교 시설물에 대해서는 일반 건물과 똑같은 기준으로 교통유발부담금을 부과하고, 국.공립학교는 50% 감면해주도록 돼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 개정안이 확정되면 전국 9천7백55개 초.중.고교 중 인구 10만명 이상의 도시에 있는 5천4백48개교가 연간 67억여원의 부담금을 내게 된다. 전문대를 포함한 전국의 대학도 79억여원의 부담금을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초.중.고교에 대한 부담금이다. 교육계는 정부의 발상이 교통유발부담금 시행 취지에도 맞지 않고 엉뚱한 부작용만 낳는 편의주의적 획일행정의 표본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서울 강남교육청 정태연(鄭泰然)관리국장은 "초.중.고교는 학생 대부분이 걷거나 대중교통으로 통학하는데다 외부 방문객이 거의 없어 교통혼잡을 유발하지 않는다" 며 "정부 방침은 잘못된 것" 이라고 말했다.

또 충북교육청은 최근 건교부에 낸 의견서에서 "초.중등학교 운영비의 98%를 국고에서 지원받고 있는 마당에 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은 교육재정만 축내는 결과를 가져온다" 며 "학부모와 국민의 부담만 가중시키는 정책" 이라고 지적했다.

광주 송원학원 최승한 사무처장도 "재정난이 심각한 사립학교에 짐을 한개 더 얹는 셈" 이라며 "전국사립학교법인협의회를 통해 반대 의견을 내겠다" 고 밝혔다.

중학생 딸을 둔 이유진(李唯眞.43.여)씨는 "교내 주차난이 문제가 될 정도로 교통량이 많은 대학이라면 몰라도 초.중.고교에 부담금을 매기는 것은 현장 사정을 무시한 탁상행정" 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같은 일선 학교와 학부모들의 반발에 따라 부담금 부과가 부당하다는 입장을 건교부에 전달키로 했다.

이에 대해 건교부 관계자는 "일반 건물과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돼 면제대상을 최소화하기로 한 것" 이라며 "해당 시설물이 '부제운행' 등 교통량 감축방안을 시행하면 부담금을 최고 90%까지 감면해줘 재정적으로 큰 부담은 안 된다" 고 말했다.

◇ 교통유발부담금=인구 10만명이상의 도시에서 바닥면적 합계가 1천㎡(3백3평)이상인 시설물에 대해 단위 부담금(㎡당 3백50원)과 시설물별 교통유발계수를 적용해 매년 한차례 부과하며, 전액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교통개선사업에 쓰인다. 지난해의 경우 전국 33개 도시에서 7백억원이 걷혔다.

최준호.구두훈.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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