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정상회담을 둘러싼 말실수로 정부가 또한번 들썩거렸다. 이번엔 황원탁(黃源卓)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의 입이 문제였다.
黃수석은 20일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이 지난달 14일 오후 평양 정상회담 도중 김대중(金大中)대통령에게 '그냥 서울로 돌아가 달라' 고 요구한 일이 있었다" 며 "金위원장이 '金대통령에게 사과를 받아야 겠다' 는 말을 해 매우 당황했다" 고 밝혔다. 구기동 이북5도청사에서 열린 이북도민회 중앙연합회(회장 송병준)주최 특별강연에서다.
黃수석에 따르면 金국방위원장은 당시 "오늘 아침 남측 TV를 보니 '대학생들이 교내에 인공기를 걸었다' 고 해 검사들이 사법처리하겠다고 하는데 이럴 수 있습니까" 라고 항의하며 서울로 돌아가 달라고 요구했다는 것.
金국방위원장은 金대통령에게 "열렬한 환영도 받으셨으니 오늘 하루 쉬시고 바로 돌아가십시오" 라고 요구하고 "대한민국 대통령이 여기(평양)에 와서 정상회담을 하겠다는 것은 서로 믿고 존중한다는 것 아니냐. 지금 남측 수행원들이 태극기 배지를 달고 있으나 북측은 시비를 걸지 않고 있다" 고 말한 것으로 黃수석은 전했다.
뜻밖의 상황에 金대통령은 金위원장에게 "인공기 게양과 사법처리 문제는 보고 받지 못했다" 고 해명했고, 金위원장은 한참을 생각한 후 "적어도 정상회담 중 발생한 문제에 대해서는 학생들을 처벌하지 말 것" 을 요구했다는 얘기다.
黃수석은 자신의 발언이 파문을 일으킨 사실을 알고 청와대 기자실에 들러 "(金위원장으로부터) '돌아가라' 는 말은 없었다" 면서 "재미있게 얘기하려다 실수로 없는 말을 잘못했다" 고 해명했다.
하지만 진화에 나선 청와대 관계자는 " '돌아가라' 는 말은 농담으로 한 것이지, 진짜 돌아가란 뜻은 아니었다" 고 해 또한번 엇박자를 냈다.
이영종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