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성차별 조례·법규 "확바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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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열녀' '용모단정' ….

앞으로 부산시의 조례나 자치법규 등에서 이같은 구시대적이고 남녀차별적 성격이 강한 용어가 사라지고, 남녀간 정년 차별 등도 폐지된다.

부산시 여성상(賞) 수상자 선정에 관한 조례에서 수상자의 자격 요건을 규정한 이같은 용어는 '다른 가정에 모범이 되고 주민들의 칭송을 받는 자' 등으로 바뀐다.

부산시는 전국 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시와 16개 구.군의 조례.규칙 중에 담긴 남녀차별 내용이나 용어를 손질키로 했다.

이달말까지 3백45건의 시 조례와 자치법규, 2천3백22건의 구.군 조례와 자치법규를 대상으로 조사를 해 내년 3월까지 개정작업을 마무리짓는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다른 자치단체들도 개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것이 고용 과정에서 남녀별로 나이에 차등을 두거나 여성을 비하하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부산 북구의 통.반장 임명 조례에는 통장의 자격요건을 '30세 이상 65세 이하의 남자에게 위촉하되 해당자가 없을 경우 30세 이상 55세 이하의 여자에게 위촉할 수 있다' 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의 여성 자격조건은 남자와 동일하게 고치기로 했다.

부산시의 일용인부 고용 등에 관한 규정에 남녀 인부의 정년을 차별하는 조항도 손질된다. 남성 일용인부의 정년은 60세, 여성 일용인부 정년은 57세로 각각 차별을 둔 것을 남녀 구분 없이 6급 이하 공무원 정년인 57세로 통일한다.

시.군.구의 지방공무원 인사규칙 중 면접시험 평가기준에 '용모단정' 이라는 규정도 없어진다. 용모단정 규정은 여성의 능력보다는 외모를 중시하는 구시대적 기준이라는 판단에서다.

부산시 의용소방대 설치조례 중 부녀(婦女)라는 용어와 '부녀회는 이재민이 발생했을 때 위안활동을 한다' 는 조항도 사라진다.

'부녀' 는 기혼여성이라는 이미지와 유약하다는 인상을 준다는 판단에 따라 '여성' 으로, '위안활동' 은 '위안부의 활동' 이라는 이미지가 연상돼 '지원활동' 으로 대체된다.

부산시 유혜생(劉惠生)여성정책과장은 "지난해 7월 남녀차별금지법이 시행된 뒤 1년이 지났지만 일선 법규가 달라지지 않아 구두선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에 따라 정비작업을 시작했다" 고 말했다.

부산=김관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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