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기업구조조정위 없어지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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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제도가 없어질 것으로 확실시되자 일부 워크아웃 기업이 당황하고 있다.

오는 9월 이후 워크아웃과 기업구조조정위원회(CRCC)가 없어지고 대신 사정조정제도와 기업구조조정회사가 부실기업 정리수단으로 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업계는 대우자동차의 매각과 새한의 워크아웃 일정이 일부 차질이 있을까 우려하고 있다.

대우 그룹 관계자는 "실사와 가격협상.계약체결 등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포드와 해결해야 할 일이 많다" 며 "채권단과 대우계열 구조조정 추진협의회(위원장 오호근)가 한마음이 돼도 포드를 상대하기 어려울텐데 CRCC가 없어진다니 걱정" 이라고 말했다.

협상 대표인 오호근 위원장이 그동안 CRCC의 지원을 받아왔고 CRCC가 담보부 대우 어음 및 매각대금의 배분 등 채권단 간 의견을 조율할 때 중재해왔기 때문이다.

㈜새한과 새한미디어의 경우 지난달 초 채권단이 워크아웃을 받아들이기로 했지만 아직 실사작업이 끝나지 않았다.

또 협약외 채권이 많아 기업개선 약정이 작성되고 워크아웃이 시작되기 까지는 시일이 더 필요하다.

이성규 기업구조조정위원회 사무국장은 "9월말까지 작업이 끝나지 않으면 새한의 워크아웃 일정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고 말했다.

이와 관련, 도근호 새한 상무는 "8월 19일에 채권단과 기업개선 약정을 맺을 예정" 이라고 말했다.

또 워크아웃이 진행 중인 기업들은 앞으로 채권단의 입지가 강화될까봐, 채권단은 정부가 더욱 직접적으로 간여할까봐 걱정하고 있다.

워크아웃 기업의 한 전문경영인은 "CRCC가 채권단의 무리한 주장을 완충하는 역할을 해왔는데, 앞으로는 채권단이 자신의 이익을 먼저 챙기기 위해 기업에 무리한 요구를 할 것 같다" 고 말했다.

채권 은행단의 한 관계자는 "CRCC를 통해 전달받아 온 정부의 입장이 앞으로는 직접 내려올 것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도 "기업이 금융기관을 못믿고, 금융기관이 정부를 못믿는 현 상황에서 누가 조정기능을 맡을지 걱정" 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성규 CRCC 사무국장은 "9월말까지 64개 워크아웃 기업(대우 계열 12개 제외)중 ▶32개는 조기졸업 권고▶25~26개 기업은 채권단과의 자율협약 추진▶나머지 5~6개 기업은 퇴출 또는 법정관리로 보낼 계획" 이라고 밝혔다.

김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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