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현장 이 문제] 대구 삼덕파출소~대구백화점 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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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제헌절 휴일인 지난 17일 낮 대구시 중구 동성로. 삼덕파출소 건너쪽에서 대구백화점으로 이어지는 인도는 쇼핑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인도너비는 2.6m. 가뜩이나 복잡한 인도 중앙엔 지름 30㎝짜리 전봇대가 버티고 서 있다. 사람들이 전봇대를 피해 가느라 애를 먹었다.

아예 차도로 걷는 사람들도 많다.

세살짜리 아이를 데리고 나온 주부 유희명(32)씨는 "아이와 손을 잡고 걸어갈 수 없을 정도" 라며 "인도 중앙에 전봇대가 세워진 곳이 도대체 어디 있느냐" 며 짜증을 냈다.

대구의 '명동' 격인 동성로의 인도를 전봇대가 점령하는 바람에 보행자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특히 삼덕파출소 옆 국채보상기념공원을 찾는 수많은 인파들이 이곳으로 쏟아져 들어오면서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들도 부쩍 늘고 있다. 시민 金모(40)씨는 "불편한 것도 문제지만 도심 미관이 엉망이 됐다" 며 불평했다.

보행자를 막는 전봇대는 지난해 9월 등장했다. 인도가 없어 보행자와 차량이 뒤섞이자 중구청이 인도를 만들면서 전봇대를 옮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구간 4백m에 서 있는 전봇대는 모두 17개. 인도 중앙에 전봇대가 서 있다 보니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점자보도도 전봇대를 돌아가도록 만들어져 있다.

중구청이 인도를 만드는 공사를 하면서 전봇대 이설 등의 문제를 한국전력과 협의조차 하지 않았다.

한국전력 대구지사 관계자는 "중구청이 인도를 만들면서 전봇대에 대해서는 한마디 말도 없었다" 며 "요청을 했더라면 전봇대를 옮기거나 전선을 땅에 묻는 지중화작업을 검토해 봤을 것" 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구청 서석상(徐錫相)건설과장은 "인도폭이 좁아 가장자리로 옮기더라도 별 도움이 되지 않고, 상가 점포들의 영업에도 지장이 있을 것같아 한전과 협의를 하지 않았다" 고 해명했다.

그러나 徐과장은 "앞으로 이 구간을 보행자 전용도로로 바꿀 방침" 이라며 "그때가 되면 보행자들의 불편도 사라질 것" 이라고 말했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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