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법 "안전소홀 고객사망 업주 책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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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손님의 안전을 제대로 돌보지 않은 영업시설 주인에게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잇따라 나왔다. 하지만 손님도 자신의 안전에 신경쓰지 않으면 피해액에 대해 일부 책임이 인정돼 전액 배상받을 수 없다.

서울고법 민사11부(재판장 朴松夏 부장판사)는 19일 투숙하던 여관에서 발생한 화재로 숨진 崔모(사고당시 31세)씨 부모들이 여관주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심대로 "피고들은 3억5천만원을 배상하라" 고 판결했다.

모 회사 입사 2년차 토목기사였던 崔씨는 1998년 8월 1일 새벽 출장근무를 마치고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K여관 3층 객실에 투숙했다.

그러나 이날 오전 9시30분쯤 여관 1층 출입구에서 전기 합선으로 불이 났으나 화재경보기도 작동하지 않았다.

여관주인이 崔씨를 깨워 대피시키지 않고 혼자 여관을 빠져나가는 바람에 잠이 들었던 崔씨는 연기에 질식해 숨졌다. 유족들은 "잠든 손님을 그냥 두고 나온 책임을 져라" 며 여관주인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여관주인이 화재경보기를 수시로 점검하지 않아 사고 당시 경보기가 작동되지 않은데다 불이 났으면 당연히 투숙객을 대피시켜야 하는 데도 주인만 현장을 빠져나온 사실이 인정된다" 고 밝혔다.

또 서울지법 민사합의23부(재판장 金鍾伯부장판사)도 이날 申모(사고 당시 28세.여)씨 유족들이 낚시터 주인 金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5천1백만원을 지급하라" 며 원고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申씨는 지난해 6월 악천후 속에서 강원도 춘천시 K낚시터에서 낚시하던 중 미끄러져 익사했다.

재판부는 "낚시터측이 사고방지용 난간을 설치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기상상태가 좋지 않은 날에는 손님들이 낚시를 하지 못하게 만류하고 만일 손님이 낚시를 하러 물가에 나갈 경우 반드시 구명조끼를 입도록 해야 하는 데도 이를 소홀히 한 책임이 있다" 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申씨도 자신의 안전을 돌보지 않고 비바람 속에서 낚시를 한 만큼 30%의 책임을 져야 한다" 고 덧붙였다.

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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