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들 텃밭가꾸며 사회적응 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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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서울 도봉구 쌍문1동 269번지 '사랑의 텃밭' .

1백평 규모의 이 텃밭은 지난해 8월부터 정신장애인 20여명이 노는 땅을 일군 곳이다. 이들은 한달에 2~3회씩 금요일 이곳을 찾아 농사를 겸한 사회적응 훈련을 한다. 흙을 고르고 거름을 주고 커가는 농작물을 보며 삶의 의지를 다진다.

지난 7일엔 경사스런 일이 생겼다. 지난 5월 경기도 양평에서 가져온 고추 모종 5백개 일부에서 첫 수확을 했다.

자원봉사자 지도로 고추 지줏대를 세우고 잡초를 제거하는 등 흘린 땀의 결실을 맺은 것이다.

회원 申모(35)씨는 "커가는 고추를 보거나 직접 기른 고추를 식구들과 함께 먹을 때 무척 기뻤다" 고 말했다. 농사가 처음인 그는 그동안 실수도 많이 했지만 이젠 제법 익숙해 졌다.

이번에 수확한 고추는 15㎏. 양은 적지만 대부분을 독거노인 등 불우이웃에 나눠줬다. 權모(63.여)씨는 "고추를 받으며 고마워하는 모습에서 한 번 더 기쁨을 느낀다" 고 말했다.

이들의 '아름다운 마음' 은 지난해 10월에도 있었다. '사랑의 텃밭' 의 첫 작품으로 지난해 8월 배추.무우.파 등을 재배했고 배추 80포기, 무우 70개, 파 20단을 수확했다.

그때도 불우이웃에 나눠주며 회원들은 무척 보람찼다.

도봉구 지역보건과 백경애(白敬愛)과장은 "농작물을 재배하는 작업요법은 정신 장애인들에게 삶에 대한 강한 애착과 심리적 안정감을 높여 주며 사회적응에도 효과적" 이라고 밝혔다.

이 결과 의정부시내 카센터 직원으로 취직한 사람도 생겼다. 白과장은 "정신 장애인들의 재기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줄 것" 을 당부했다.

고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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