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장세 진단 '입 조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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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무조건 '사라' 고 부추기는 내용 일색이던 증권사들의 장밋빛 시황분석이 사라지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은 그동안 주가가 조금만 내려가면 저가매수 기회로, 주가가 올라가면 대세상승이라는 전망을 서슴지 않고 내놓았다.

특히 하루 앞 장세도 내다보지 못한 채 빗나간 장세예측을 내놓고도 해명은커녕 새로운 이유를 갖다붙여 정반대의 전망을 내놓기 일쑤였다.

그런데 최근 국내 증권사들은 이같은 '장님 문고리 잡기' 식 장세전망에서 탈피, 신중한 매수추천을 하면서 실적이 좋지 않은 기업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매도하라는 주문까지 할 정도다.

한마디로 개인투자자들의 올바른 투자지침이 되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어떤 내용들로 바뀌었을까. 가장 최근에 나온 증권사 장세전망의 특징은 ①현금화 확대 ②실적호전주 매수 ③중장기투자로 회귀 ④조정국면에 대비 ⑤핵심 우량주 위주의 옥석가리기 등으로 요약된다.

그 이유도 객관적이고 분석적이다. 굿모닝증권은 주간 전망을 통해 "금융주에 대한 매기 분출에 따라 7월 들어 일평균 거래량이 5억5천여만주에 이를 만큼 폭발적인 대량거래가 일어났으므로 후유증이 불가피하다" 고 밝힌 바 있다.

또 대신증권은 "이번주에는 추가하락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반등할 때마다 현금비중을 확대해 나가되 실적호전주에 대한 선별적인 매수에 임하는 보수적인 투자전략을 권한다" 고 강조한다.

그럴 듯한 이유를 갖다붙여 테마주를 만들어냈던 증권사들의 매수 부추기기도 자취를 감췄다.

증권사들은 오히려 실적 호전주에 관심을 둘 것을 부쩍 강조하고 나섰다.

동원증권은 "이제는 성급한 수익률 획득을 위해 횡행하던 머니게임식 투자보다 철저하게 기업의 실적과 성장성에 근거한 정도(正道)투자로 회기할 시점" 이라고 밝혔다.

메리츠증권과 한양증권도 "코스닥보다는 거래소시장의 실적호전주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핵심 정보통신주들에 대한 저점매수 관점은 유효하다" 고 진단했다.

증권사들의 장세전망이 이처럼 차분해진 것은 장세예측이 어려워진 것과 외국계 증권사의 분석방식에 함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지분의 시가총액이 30%를 넘어서면서 분석력과 예측력이 뛰어난 외국계 증권사의 전망과 경쟁을 벌이기 위해선 객관성을 높일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과감하게 매도추천이 늘어난 것도 외국계 증권사의 영향이다.

메리츠증권이 18일 주간 보고서에서 새롬기술.다음.한글과컴퓨터.옥션.인터파크.메디다스.핸디소프트.현대디지탈텍 등 그동안 잘 나가던 코스닥시장 대표 종목들에 대해 매도의견을 제시한 것은 그 대표적 사례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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