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 브레이크 고장 산불 발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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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달리는 열차바퀴에서 발생한 불꽃이 철로 옆 숲에 옮겨붙는 바람에 산불이 난 사건이 발생해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4월 12일 오후 1시 7분 경주시 안강읍 청령리 산 217일대에서 불이 나 임야 60㏊, 가옥 1동과 축사 2동, 소 3마리.양봉 52통.농기구 등이 불탔다. 당시 날씨는 매우 건조(습도 16%)했고 바람(초속 6.9~7.3m)이 세게 불었다.

경주시는 산불이 난 지역 부근에 민가가 없는 등 불이 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보고 발화 당시 부근을 운행했던 열차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조사직후 중요한 증언을 확보했다. 사건 당시 화재 현장 부근철로를 시속 50㎞로 달리던 동대구기관차사무소 소속 화물열차 鄭모(43)기관사가 "열차 후사경으로 보니 바퀴에 불이 휘감겨 있는 것을 봤다" 고 진술한 것을 토대로 철도청에 조사를 의뢰했다.

이에 따라 철도청은 지난 7, 10일 현장 및 차량을 조사했다. 그 결과 당시 열차의 제동장치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 밝혀졌다.

발화지점 10㎞ 앞에서 걸었던 제동장치가 풀리지 않는 바람에 열차 바퀴가 레일과의 마찰열에 의해 녹아 버린 사실이 드러난 것.

철도청은 이 과정에서 일어난 불꽃이 철로 옆 숲에 옮겨 붙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철도청은 이물질이 제동장치에 들어간 바람에 제동장치가 풀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철도기술연구원에 정확한 조사를 의뢰했다.

철도청은 그러나 이번처럼 열차 바퀴에서 나온 불꽃으로 화재가 난 것은 극히 드문 일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철도청 차량본부의 방윤석(方胤錫.30)화차팀장은 "정상적인 열차 제동과정에서 불꽃이 튈 수 있지만 이로 인해 화재가 난 사례는 아직 없다" 며 "이번 사건은 제동장치 고장에서 비롯된 지극히 특이한 사례" 라고 말했다.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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