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만루홈런으로 달랜 올스타 탈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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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만년 올스타" 로 불리는 선수가 있다. 은퇴한 1루수 김성한, 3루수 한대화처럼 인기나 지명도 때문에 시즌 전반기 동안 큰 활약을 못해도 팬들은 그들을 기억하고 올스타로 뽑아 주는 것이다.

삼성의 지명타자 김기태도 그 축에 낀다고 할 수 있다. 그런 김기태가 올해 올스타에 뽑히지 못했다. 91년 프로야구에 데뷔한 이래 9년 연속 '별들의 잔치' 에 출전해 김성한이 갖고 있던 12년 연속 올스타 출전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김기태였다.

12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김은 "이름만 갖고 야구하던 때는 지났어요. 올해는 지금까지 규정타석도 채우지 못했는데요" 라고 말했지만 얼굴에는 섭섭함이 묻어 나왔다.

그러나 올시즌 김은 예년만큼 경기에 나가지 못했어도 경기장 밖에서는 팀의 리더로 후배들을 다독거리는 큰 형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팀이 연패에 빠지며 코칭스태프까지 출장정지를 당할 때는 삭발 투혼을 발휘, 분위기를 다잡기도 했다. 삼성 코칭스태프는 최근 13연승의 1등 공신으로 김기태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올스타 탈락의 아쉬움을 달래려는 듯 김은 이날 경기에서 4회초 우측 담장을 넘기는 만루홈런을 터뜨렸다. 그는 홀로 선 스타보다 동료와 함께 하는 팀 플레이어로 거듭나고 있는 중이다.

대전〓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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