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참아 이혼' 많다…하루 459쌍 갈라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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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30대 중반의 주부 李모씨. 그는 지난해 술에 취한 남편의 잦은 폭력에 전치 2주의 상처를 입자 가정폭력범죄 처벌법에 따라 경찰에 신고했다.

법원은 남편에게 보호관찰 6개월과 보호관찰소에서 실시하는 재교육 프로그램 50시간 수강을 명령했다.하지만 자녀 둘을 두고 있는 이들은 결국 헤어졌다.1990년에 결혼한 그들이었다.

李씨처럼 가정폭력 등으로 가정이 무너지는 경우가 매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법원행정처가 발간한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 한해동안 전국 법원에 접수된 가정보호사건(가족구성원으로부터 상해나 유기·학대·감금·모욕을 받아 접수되는 사건)은 모두 3천8백77건이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동안 2천5백21건이 접수돼,가정폭력범죄 처벌법이 시행된 98년 하반기의 6백43건보다 4배 가까이 증가했다.서울지법에서만도 한달 평균 1백50여건의 관련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신고 유형별로는 술이 취한 상태에서 과격한 언행을 일삼은 것이 39%로 가장 많았다.그 다음은 부당한 대우나 학대(25%)·우발적 분노(22%)·경제적 빈곤(6%)·배우자의 부정행위(5%)순으로 조사됐다.

이에 법원은 지금까지 2천5백여건을 처리,보호관찰(5백93건)·사회봉사 수강명령(4백4건)·접근행위 제한(3백24건)·상담 위탁(1백1건) 등의 조치를 내렸다. 21건은 보호처분 취소 후 검찰청에 되돌려 보냈다.

또 지난해 접수된 이혼 재판 소송과 협의이혼 의사 확인 사건은 각각 4만1천55건과 12만6천5백건으로 98년에 비해 5.3%,2.4% 늘어났다.하루 평균 4백59쌍이 갈라선 셈이다.

특히 여성이 소송을 제기한 경우가 64%로 10년전의 43%에 비해 크게 증가했으며,86%가 1명 이상의 자녀를 두고 있는 상태였다.

이혼의 원인은 ▶배우자의 부정행위(45%)▶부당한 대우(23%)▶악의적 유기(15%)▶존속에 대한 부당한 대우(5%)등의 순이었다.

법원 관계자는 “혼수,부인의 흡연,건강 문제,신용카드 과다사용 등 사소한 문제로 이혼한 사례도 많아 가정의 소중함이 사라지고 있는 것같다”고 설명한다.

소년 범죄도 크게 늘고 있다.지난해 범죄로 보호처분을 받은 18세 미만의 소년은 3만2천3백48명으로 하루 평균 1백명이 적발되고 있는 셈이다.

서울가정법원 관계자는 "가정내의 사소한 문제는 법원을 통해 해결하기 보다는 당사자들끼리 다시 한번 의논해 보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 이라고 말했다.

박재현·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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