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슛 쏘려 하자 헐시티 수비수 놀라서 자책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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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박지성(28·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골과 다름없는 상대 자책골을 유도하며 맨유에 값진 승리를 안겼다. 맨유는 28일(한국시간) 영국 킹스턴 커뮤니케이션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리미어리그 헐시티와 원정경기에서 박지성이 유도한 상대 자책골이 결승골로 이어지며 헐시티를 3-1로 꺾었다. 지난 20일 풀럼 원정에서 0-3으로 참패했던 맨유는 이날 승리로 승점 40(13승1무5패)을 기록하며 선두 첼시(승점42·13승3무3패)를 승점 2점 차로 뒤쫓았다.

1-1로 팽팽하던 후반 18분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은 부진하던 안토니오 발렌시아를 빼고 박지성을 오른쪽 날개로 투입했다. 박지성은 한층 예리해진 돌파와 몸놀림으로 맨유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후반 28분 박지성의 문전 쇄도가 결승골을 만들어냈다. 오른쪽 미드필드에서 라이언 긱스의 패스를 웨인 루니가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잡아 반대편에서 골문으로 향하던 박지성에게 짧고 강하게 크로스했다. 박지성이 슬라이딩 하며 슛을 시도하자 상대 수비수 앤디 도슨이 엉겁결에 걷어내려다 자기 골문 안에 넣고 말았다. 승기를 잡은 맨유는 후반 37분 디미타르 베르바토프의 쐐기골까지 보태며 완승했다.

감기 몸살과 무릎 부상 이후 좀처럼 기회를 잡지 못하던 박지성은 모처럼 팀 승리에 기여하는 활약을 보였다. 축구전문사이트 골닷컴은 “발렌시아와 교체투입돼 자리를 잘 메웠다. 그는 상대팀 도슨이 자신의 골망을 흔들기 전 이미 골을 넣을 준비가 돼 있었다”며 평점 7점을 줬다. 지역지 ‘맨체스터이브닝뉴스’는 “열심히 뛰었고, 맨유의 두 번째 골에 기여했다”며 평점 6점을 부여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는 크리스마스부터 이듬해 4~5일까지 약 10일 동안 네 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에 나선다. 대부분의 주전선수들이 극도로 지치기 때문에 박지성의 헌신적인 플레이가 더욱 돋보이는 시기다. ‘슬로 스타터’ 박지성은 매년 이때를 전후해 ‘산소 탱크’를 가동했다.

입단 첫해인 2005년에는 12월 21일 버밍엄시티전에서 데뷔골을 뽑아냈다. 박지성은 2005년 12월에만 1골 2도움을 기록하며 팀에 뿌리를 내렸다. 2006년과 2007년에는 크리스마스를 지나며 부상에서 벗어나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번에도 박지성이 혹독한 경기 일정 속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을지 주목된다.

최원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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