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태 KCMC 회장 “중국 성장을 지렛대 삼아야 한·중·일, EU 넘보는 시장 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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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다국적기업의 한국인 최고경영자(CEO) 모임인 KCMC 회장을 맡고 있는 서영태(사진) 현대오일뱅크 사장은 “국내에 진출한 외국 기업인들은 한국의 장관은 대부분 1년 이상 못하는 데다 사람이 바뀌면 정책의 90%가 바뀐다는 인식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경제연구소와 KCMC의 공동 설문조사 결과 CEO들이 정책 불확실성을 가장 많이 지적한 것과 관련해 그는 이같이 설명했다.

-중앙일보 경제연구소와 KCMC가 공동으로 다국적기업의 한국인 CEO 5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해외자본의 국내 투자 확대를 위해서는 ‘정책 불확실성 제거’를 가장 많이 꼽았는데. 어떤 점에서 그런가.

“우리나라에서는 정책 불확실성이 크고, 일관성도 없다. 외국과 달리 정부 부처의 장관과 국장급 이상 고위 공무원이 너무 자주 바뀌기 때문이다. 1년 이상 하는 장관이나 국장을 보기 힘들다. 게다가 사람이 바뀌면 정책의 90% 정도는 바뀐다. 노동 정책도 장관이 바뀌니까 바로 변하고, 기업 법인세도 낮춘다고 그랬다가 바로 유예됐다. 연구개발(R&D) 센터를 짓는 데도 담당자가 바뀌어 큰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서 다국적기업 사이에선 ‘한국에서 정부의 5개년 계획은 믿지 않는다’는 말까지 나온다.”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보나.

“전문가 양성보다는 1년마다 보직을 바꿔야 한다는 인식이 있는 거 같다. 부정부패 방지를 먼저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외국에서는 한번 전문성을 쌓으면 계속 그 자리에 있다. 그리고 정부 시스템으로 봤을 때 5년 대통령 단임제도 문제다. 전 정권이 하던 일을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정치 문화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오랫동안 경영을 한 사람들은 이런 점을 못 느끼는데 외국에서 오래 있다 온 분들은 꼭 지적한다.”

-세계 경제가 미국과 중국(G2) 위주로 재편되는데 회원들은 긍정적인 답변이 많았다. 어떤 점에서 그런가.

“그간은 미국이 가장 큰 시장이었다. 그러나 향후 중국이 가장 큰 시장이 될 거다. 우리와 교역 규모도 이제 중국이 가장 크다. 이처럼 시장이 분산되니까 중국을 레버리지(지렛대)로 삼아 새로운 기회가 많이 생길 것으로 본다. 그리고 중국이 성장하는 만큼 한·중·일 경제 규모도 커질 것이다. 사실상 ‘원 아시아(One Asia)’가 될 것이다. 2030년께에는 미국과 유럽연합(EU) 못지않은 경제권으로 성장할 것으로 본다.”

-중국 성장의 부정적 측면도 있을 텐데.

“10여 년 전 홍콩과 마카오가 중국에 반환될 당시 대다수의 다국적 기업은 아시아 본사를 싱가포르로 많이 옮겼다. 나도 당시 직장에서 홍콩의 아시아 본사를 싱가포르로 이전하는 작업을 맡았었다. 그런데 우려와 달리 중국은 홍콩과 마카오에 대해 경제 분야에 있어서는 자율과 독립성을 보장해줬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봤을 때 중국이 패권을 잡았을 때 주변 국가들이 힘들어진 경우도 많았다.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두려움은 여전히 남아 있다.”

김시래·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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