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개발 주민들 훼손막자 '한평 갖기 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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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마구잡이 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경기도 용인과 분당 주민들이 택지개발지구에 포함된 숲의 훼손을 막기위해 '땅 한평 사기 운동' 에 나섰다.

대상지는 토지공사가 개발예정인 용인의 죽전택지개발지구내 대지산.

경기도 용인 서북부지역 택지개발 저지 공동투쟁위원회(공투위)와 환경정의 시민연대는 10일 회원과 일반 주민들을 대상으로 오는 15일부터 이곳 땅을 사기 위한 모금운동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공투위는 용인 죽전.보정.동천2.구성지구 주민 1만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국내 환경운동단체가 환경가치가 높은 곳에 대해 매입을 추진하는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을 벌이고는 있으나, 마구잡이 개발을 막기 위해 주민들이 토지 매입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대지산은 분당신도시 남단지역과 한성골프장 사이에 위치하고 있으며, 30여만평이 죽전 택지지구(총 1백8만평)에 포함돼 있다.

토지공사는 이 산의 상당 부분을 택지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공투위와 환경정의시민연대는 대지산 사유림 가운데 1백여평씩 5~6곳을 매입, 재산권 행사를 통해 택지개발을 막아 숲을 보존한다는 계획이다.

공투위 김응호(金應鎬.44)위원장은 "현재 4명의 지주들과 땅 매매문제를 협의중이며 조만간 성사될 것같다" 고 말했다. 金위원장은 "매입 가격은 지주들과 협의중인 만큼 밝히기 곤란하다" 고 덧붙였다.

땅을 매입할 경우 소유는 모금에 참여한 주민 공동명의로 하든가,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내셔널트러스트운동본부 명의로 하는 방법이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소유권이 이전된다 하더라도 현행법상 사업주체인 토지공사가 강제 수용할 경우 막을 방법은 없다. 법적 효력은 없는 셈이다.

환경정의시민연대 최소영(崔笑影.28)간사는 "대지산 한평사기 운동은 주거환경에 대한 시민들의 권리의식을 높이고, 필요할 경우 적극적으로 대처한다는 의지를 다진다는 의미가 있다" 고 설명했다.

즉 주민들의 여론을 모아 산림훼손을 최소화하고 녹지공간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한 압력을 행사한다는 것이다.

崔간사는 "대지산 일대는 분당.용인 주민들이 등산.산책로로 이용하는 곳으로 주말이면 2천여명이 이곳을 찾는다" 며 "분당.용인의 허파역할을 하는 이곳마저 택지개발로 훼손된다면 주민들은 휴식처를 잃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한편 녹색연합은 지난해 강원도 태백시의 변전소 건설에 반대하며 변전소 부지 1천여평을 주민 3백여명의 이름으로 공동 매입한 일이 있다.

정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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